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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사단과 만났다. 특사단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결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특사단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특사단으로부터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한 파병군 동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으로 인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이 실효적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우메로프 특사도 한국과의 제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며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특사단은 이날 무기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공 미사일을 비롯한 방공시스템과 화포 등 필요한 무기 관련 정보를 실무진 선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방문할 대표가 무기 지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정부는 살상용 무기 지원은 검토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했다는 소식이 지난달 전해진 이후 입장을 바꿨다. 맞대응 성격의 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켜왔지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당장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검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상황을 더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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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AFP=뉴스1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우리 정부가 다소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살상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간절히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인데 실제 살상용 무기의 지원이 이뤄지면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영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무모한 조치를 자제하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살상용 무기 지원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정부가 들어서는 점 등 다양한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살상용 무기 지원을 할 경우 러시아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리와 인접하고 있는 강대국인 점, 향후 전반적인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소통도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 들어서는 트럼프 새 행정부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을 지켜본 뒤 대응해도 늦지 않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기조를 지키면서도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잘 설명하고, 당분간은 관망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사단은 윤 대통령에 이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연달아 만났다. 양국은 향후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러-북 간 무기, 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하면서 우방국들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미국과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공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