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화날만해" "운동권은 모르겠고"…서울 격전지 가보니

[the300][2024 총선 핫플레이스](종합)서울 영등포갑, 종로, 마포을 민심 르포




"김영주 화날만해" vs "차라리 무소속이 낫지"


[the300][총선 핫플레이스]서울 영등포갑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서울 영등포갑 지역구가 오는 4.10 총선에서 예상 밖의 격전지로 떠올랐다..사진-뉴스1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서울 영등포갑 지역구가 오는 4.10 총선에서 예상 밖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한 김영주 의원이 당의 하위 평가에 반발,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갑 출마를 선언을 하면서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영등포갑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하고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전략공천했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갑에선 전·현직 민주당 간 격돌이 펼쳐지게 됐다.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13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이 들어본 서울 영등포갑의 민심은 아직 흔들리고 있었다. '뼛속까지' 민주당 지지자라고 하는 이들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도 뚜렷하게 마음을 정하지 못한 듯 했다. 특히 김 의원의 탈당과 국민의힘 이적을 두고 적잖이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잘 한 선택이라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두 후보 모두 영등포에서 뼈가 굵은 정치인들이다. 김 의원은 4선 중진으로 문재인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가졌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도 역임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9일 민주당으로부터 현역 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은 뒤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적을 옮겼다.

채 전 청장은 이종걸·전병헌 의원실 보좌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거쳤다. 2018년 7월 지방선거에서 영등포구청장에 당선됐는데, 당시 서울 25개 지방자치단체장 중 최연소였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 예비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뉴타운 지하쇼핑몰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2024.03.05. photo@newsis.com /사진=조성봉
지역 민심은 확연히 갈렸다. 영등포시장 옆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80대 A씨는 영등포동에서만 70년 넘게 살았다며 스스로를 '민주당 골수 지지자'라고 표현했다. 지난 21대 총선 때 김 의원을 찍었다는 그는 김 의원의 탈당보다 국민의힘 입당이 더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며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면 무소속으로 나왔어도 자기 표를 가지고 갔을 것 같다"고 했다.

영등포시장 동남종합상가에서 60년 넘게 의류 판매를 해왔다는 80대 B씨도 김 의원의 탈당 소식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B씨는 "배신감이 들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당에서) 평가를 안 좋게 받았다면 노력을 더 하든가 했어야 하지 않나.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라 마음도 갈아입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채 후보를 찍을 이유도 없지만 김 의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김 의원의 탈당과 국민의힘 입당에 호응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등포동에 살며 영등포구 뉴타운 지하상가에서 자영업을 40년째 하고 있다는 70대 C씨는 "(국민의힘으로) 잘 왔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지난 국정감사 때 야당이 정부를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모습만 보여서 별로였는데 김 의원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탈당에 대해서도 "평가 받고 화날만 했다"며 "나는 김영주 의원을 뽑겠다"고 했다.

스스로 '보수 성향'을 가졌다는 영등포구 도림동의 60대 D씨는 "괜히 다른 당 찍었다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까봐 걱정된다"며 "우선 당을 보고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영주 영등포갑 국회의원 후보, 박용찬 영등포을 국회의원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채 후보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30대 E씨는 "채 후보는 젊은이들에게 투자를 많이 했고 도서관 리모델링도 잘 하긴 했다"며 "전에는 김 의원을 뽑았는데 지금은 김 의원을 뽑아야 할지, 민주당을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못마땅해하는 이도 있었다.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F씨는 영등포동에 오래 살았다며 "둘 다에게서 지역을 위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지역구에서 3번이 아니라 5번을 했다고 해도, (김 의원이) 탈당을 해서 당적을 옮긴다는 건 결국 업으로써의 정치만 원하는 것 아니냐"며 "무소속으로 나와 '영등포는 당이 아니라 나를 보고 뽑는다'는걸 멋지게 증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 후보도 마찬가지다"라며 "지방선거 패배 후 정말 억울했고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구청장으로 도전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1번지? 그건 옛날 얘기"...대통령실 떠난 종로, 갈라진 민심


[the300][2024 총선 핫플레이스] 서울 종로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통인시장 소속 한 건어물 집에 각종 정치인 사인이 붙어있는 모습/사진=정진솔 기자

"정치 1번지는 이제 용산이 됐다. 다 옛날 이야기다."

13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만난 A씨(70대·여)는 "결국 민생을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후 치러지는 첫 총선인 만큼 종로구의 민심이 격동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 후보를 다수 배출한 종로구이지만 더 이상 '정치 1번지'가 아니게 되면서 주민들의 판단 기준도 민생 등으로 바뀌고 있다.

3파전 구도도 변수다. 이번 총선에선 서울 종로구에선 감사원장 출신 현역 최재형 의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종로구 재동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이동 중인 시민들의 모습/사진=정진솔
종로구는 선거마다 민심이 엎치락뒤치락했던 격전지다. 16~18대 총선에선 보수정당 계열이, 19~21대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전통적 부촌이 위치한 평창동·사직동·무악동 등은 보수세가, 대학가가 있는 창신동·숭인동·혜화동·이화동 등은 진보세가 강하다.

이날 청와대 인근에서 만난 종로구민들의 민심은 요동치고 있었다. 이들의 의견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쪽과 "민생이 크게 흔들려서 힘들다"는 쪽으로 엇갈렸다.

통인시장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B씨(59·여)는 "원래 통인시장 쪽이 보수 텃밭인데 대통령실 이전으로 자주 오던 청와대 사람들이 안 오니 여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재형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생업이 힘드니 다른 후보를 둘러본다. 여기가 대통령이 나오는 곳인데 마음대로 대통령실 옮기고 민생 신경 안 쓰는 게 정치 1번지를 우습게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입구 사진/사진=정진솔 기자
통인시장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상인 C씨(50대·여)도 "최재형 의원은 안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사위인 곽상언 후보가 최근에 시장에 와서 인사를 했는데 좋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국회의원은 시장 상인과 직접 소통하고 서민과 대화할 줄 아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반면 통인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D씨(70대·남)는 "2년밖에 안 한 최재형 의원에게 더 기회를 주고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A씨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며 시위도 줄어들고 집값이 올라서 이익을 많이 봤다"며 "심심찮게 보이던 시위가 없어져서 조용해지고 관광객도 더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지대에 눈길을 돌리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통인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남성 사장 E씨는 "난 원래 보수 후보를 뽑는 사람인데 이번엔 3당까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며 방을 보러 오는 사람도 줄었다"며 "관람객이 늘기는 했지만 상인들 사이에서 (대통령실이) 이전한 게 잘했다, 아니다 설왕설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북촌으로 향하는 길/사진=정진솔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가회동 주민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엇갈렸다. 가회동에서 만난 A씨는 "종로구는 이제 관광지화 됐는데 그렇다고 관광특구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거주민으로선 불편하다"며 "민생을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며 "최근 노무현 사위인 곽 후보가 이 동네에 찾아와 주민과 악수했는데 그 후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종로구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정육점 사장 F씨는 "종로에서 가회동, 삼청동 인근은 늘 보수 텃밭이다. 나도 그 영향을 받았다"며 "최재형 후보를 더 지켜보고 싶어서 투표를 최 후보에게 던질 것"이라고 했다.



"운동권? 그건 모르겠고, 먹고 사는 게 중요"...마포을 민심 들어보니


[2024 총선 핫플레이스] 서울 마포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걸린 정청래 마포을 의원 현수막/사진=이병권 기자
이번 4·10 총선에서 지역구 현역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이 공들여 영입한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장이 맞붙는 서울 마포구을. 정치권 안팎에서는 마포을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86 운동권 청산'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다.

정 의원은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마포을 지역에서만 3선을 했다. 함 동지회장은 정 의원을 무너뜨리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전략공천했다. 이른바 '자객 공천'이다. 함 동지회장 역시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인사였으나 전향해 국민의힘에 입당, 이 지역 공천을 받았다.

마포을은 대체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인식된다. 지난 세 차례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의석을 가져갔다. 이에 여전히 "해 본 사람이 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다만 "운동권은 잘 모르겠고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역구 최대 현안인 소각장 추가 건립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해 본 사람이 잘 하지 않겠나"…"운동권보다 우리 먹고 사는 것 잘 챙겨주는 게 좋아"
정 의원은 마포을의 '터줏대감'이다. 이 선거구의 17·19·21대 의원인 그는 이번에도 무난히 단수공천을 받았다. 지역구민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망원동 월드컵시장 상인 50대 A씨는 "해본 사람이 아무래도 더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만해도 합정은 별 볼 일 없는 동네였다"라며 "정 의원이 두 번째 의원이 된 뒤부터 쭉 발전을 해왔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있는 인사가 국회의원이 돼야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망원시장에서 만난 70대 B씨는 "정치권에서 입지가 있는 사람이 돼야 우리 지역에도 더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걸려있는 함운경 마포을 후보의 대형 현수막 / 사진=이병권 기자
운동권 청산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생선장수' 출신인 점을 강조하고 있는 함 동지회장이 민생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을 더 잘 해결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합정동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50대 C씨는 "후보자들 중에 생선 장수라는 문구가 딱 보였다"라며 "자영업자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뭔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운동권보다도 우리 먹고 사는 것을 더 잘 챙겨주는 것이 민심을 제일 잘 챙기는 일"이라고 했다.

40대 자영업자 D씨는 함 동지회장에 대해 "나같은 소상공인의 마음을 잘 알아줬으면 한다"며 "솔직히 대부분의 주민들은 운동권이고 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각장 추가 건립 여부가 지역 최대 관심사…"소각장엔 여야 없다"

현재 마포구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소각장 추가 건립 여부다. 정 의원과 함 동지회장을 비롯해 장혜영 녹색정의당 후보까지 모두 소각장 추가 건립을 백지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마포구 길가에서는 '소각장 추가 건립 결사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부동산 시세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 신경이 곤두 설 수밖에 없다.

상암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E씨는 "소각장이 만약 이대로 추진된다면 분명히 일대 시세에 영향을 줄 것이다. 부정적인 요소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걸려있는 녹색정의당이 내건 현수막 / 사진=이병권 기자
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F씨는 "이미 소각장이 있는데 옆에 또 소각장을 짓는다는 것은 주민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소각장 문제에는 여당, 야당 이런 것이 없다. 지역 주민 모두의 이익이 달려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마포을은 다른 지역구에 비해 소수정당이 주목을 받는 성향이 있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오현주 당시 정의당(녹색정의당 전신) 후보가 득표율 8.8%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장 후보는 기후 문제 등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일부 젊은 층에서 세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산동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G씨는 "3년 전 공덕에서 이쪽으로 가게를 옮겼다"며 "장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예전만큼 힘을 못 쓰는 게 안타깝지만 사표가 되기 싫은 마음이 들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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