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가방 모찌?' 옛날 얘기…보좌관 전성시대

[대한민국 국회 보고서③]법과 제도 통해 사회 바꾸는 보람…고급 인력 몰려

김태은 기자 | 입력 : 2014.05.1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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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중앙 경제지 편집국 부장이 새누리당 중진의원의 보좌관으로 전직해 화제가 됐다.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언론사 간부가 국회의원도 아닌 보좌관으로 변신한 것을 두고 그 배경과 의도를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고(高) 스펙'의 보좌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 초선의원은 지난해 박사 출신의 대학 강사를 보좌관으로 영입했다. 다른 재선의원 보좌관의 명함에는 금융 전문가들도 얻기 힘들다는 공인재무분석사(CFA)와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이 기재돼 있기도 하다.

국회의 입법기능이 강화되면서 국회의원들 역시 입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보좌관을 필요로 하게 됐다. 국회 뿐 아니라 당과 지역구까지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보다 법안의 발의에서 통과까지 모든 실무를 관장하는 보좌관이 실질적인 입법 활동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이 아닌 전문 분야를 정해 일하는 보좌관도 생겨났다. 즉 노동 분야에전문성을 인정받으면 소속 의원실의 국회의원이 상임위를 바꿔도 이를 좇아 상임위를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의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는 것이다.

국회 보좌진 기본정보
역할의 변화와 함께 높아진 위상으로 의원 보좌관을 지망하는 고급 인력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보좌관은 공무원 직급 체계 상 4급에 해당한다. 5급 사무관에서 시작하는 행정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이 7~8년 걸려 승진하는 서기관에 해당한다. 빠르면 30대 중반의 나이에 정부부처의 국과장에 해당하는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입법 기관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각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자료를 거의 제약없이 요구할 수 있다. 법안 발의와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와 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상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 법과 제도를 바꿔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보람과 만족도 상당하다. 국회의원 보좌관의 경력이 기업이나 유관기관 등 민간 분야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입법 활동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인력이 아직까지는 희소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요즘은 아예 보좌관을 전문직으로 여기고 인턴부터 시작해 비서, 비서관 등 국회 의원실 경력을 쌓아나가는 이들도 상당히 늘었다. 의원실이 입법 전문가의 등용문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입법정책 기능을 보완할 보좌관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은 보좌관(4급)과 비서관(5급) 각각 2명, 비서(6,7,9급) 각 1명, 인턴 2명 등 총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그러나 지역구 관리를 비롯한 국회의원의 대외활동 업무 역시 주요 업무인 현실에서 현재 보좌진 수는 부족하다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하원의원은 보좌진으로 상근 18명, 시간제 4명 등 총 22명을 둘 수 있고 상원의원은 주마다 다르지만 평균 34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보좌관 직업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별정직 공무원으로 정년이 없는 사실상 임시직으로 직업 안정성이 낮다.

국회의원이 낙선하거나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 해당 의원실의 보좌관들도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또한 정책 비전이나 성격 차이 등 국회의원과 마찰을 빚을 때 철저하게 '을'이 된다. 한순간에 보좌관직을 잃고 백수가 될 수 있다. 

직업으로서 보좌관을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던 한 보좌관이 책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은 국회의원들로 인해 의원실을 나온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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