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이 국회 입법 일정까지 뒤집을 태세다. 8일 여야는 이날 예정된 국회운영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 일정을 취소하면서 국회 일정에 변화를 예고했다.

국회운영위원회는 오전 10시 제도개선소위원회를 열어 정의회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운영제도 개선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열린 당청 회동에서 청와대가 '비선실세' 개입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면서 소위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야당은 정윤회 사건을 현안 보고로 다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 소집이 전제돼야 제도개선소위를 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기국회 본회의 일정이 축소된 것도 정윤회 문건 파문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본회의는 8~9일 양일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당초 예상된 300여개의 법안이 대폭 축소되면서 9일 하루만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자 15일부터 예정된 임시국회에서도 '정윤회 문건'이 입법 논의를 밀어내고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선 여야가 정기국회 이후 논의키로 한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개혁안이 쟁점에서 멀어졌다. 양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빅딜' 가능성이 높았지만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여야 공방이 수위를 넘어서면서 사그라들었다.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등을 둘러싼 예산안 합의문을 이행하라고 압박하면서 사자방 국조는 빅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을 통해 정기국회 후 사자방 국정조사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국조 개최 요구에 답하라"며 "범죄적 행위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자 진상규명의 대상이며 빅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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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완구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2014.1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는 확대되고 있는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7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윤회 씨와 청와대 비서진 3인방,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 12명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것을 두고 정국을 정쟁으로 몰아기기 위한 꼼수라며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 확인이 안된 사항을 갖고 청와대 비서실 인사 12명을 무더기 고발하는 것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이는 정치 금도를 넘은 것으로 야당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세를 갖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한 무고죄 성립 가능성도 제기됐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형법에 무고죄가 있다. 다른 사람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무리해서 고소한 경우 해당이 된다"며 "야당은 검찰에 고소한 12명이 모두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사법당국도 이번 사안에 대한 무고죄 성립 여부를 살펴봐 달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7일 당청 회동에서 언급된 대통령의 문건에 대한 '찌라시' 발언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각하' 발언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문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검찰에게 수사지침을 내린데 이어 어제는 여당에게까지 흔들리지 말라고 행동지침을 내린 것"이라며 특히 박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기록물 또는 공공기록물인데 무슨 찌라시 타령인가"라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완구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한 '각하' 발언을 꼬집으면서 개헌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 앞에서 쓴 소리 대신 각하를 외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정윤회게이트, 십상시 국정농단을 이야기 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해 연이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윤회 동향 문건'이 김 실장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해 해당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법무법인 KCL을 통해 고소장을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