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킹메이커, 팬덤은 어떻게 대선주자에게 반했나

[the300][팬덤기획1부-팬덤은 어떻게 선거의 주인공이 됐나]⑦문팬·아나요·손가혁·황대만 등 대권주자 팬클럽 리더 인터뷰

해당 기사는 2017-03-02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2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문팬' 회원들이 참석했다./사진=우경희 기자



#"우리 문재인님은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말할 때 그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노무현-문재인의 팬으로 맞는 세 번째 대선. 질곡을 돌이켜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목소리가 잠겼다. 문 전 대표의 최대 팬클럽 '문팬'의 전국 대표이자 카페지기 '지리산 반달곰'. ‘문재인 캠프’의 상징이 ‘곰’인 것도 우연의 일치다. 곰처럼 생긴 남성을 떠올렸는데 만남의 장소에 나온 이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머니투데이 더(the)300이 '정치팬덤-강력한 개인의 탄생' 기획차 만난 유력 대선주자 팬클럽 운영자들은 성별과 직업, 나이 등 면면이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관통하는 것 하나는 순수한 팬심이었다. 팬덤 별로 가장 치열하게 지향하는 게 바로 순수성이다. 반대로 경계하는 것은 팬덤에 대가성이 개입하는 것이었다.

 

◇문팬 리더는 50대 주부 = ‘지리산 반달곰’에게 팬심의 출발을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부터…”라고 말문을 열었다. "노무현 당선 직후에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내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었대요. 절반은 존치하자, 절반은 해체하자. 노사모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목소리가 더 컸대요. 조직이 약해지고 결국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죠.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그런 정서를 갖고 남편과 우리가 뭔가 해야하지 않나를 고민하다가 한 명은 돈을 벌고 한 명은 활동에 나서자고 결심했죠. 그때 문재인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렇게 가입한 '문사모'(문재인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내부 갈등이 생겼다. 결국 '정치카페' 깃발을 세우고 문풍지대가 갈라져 나온 게 2012년 4월. 그해 7월에 문 전 대표가 출마선언을 했고 문풍지대는 문재인과 함께 전국을 돌았다. 하지만 그해 대선의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대선 패배 후 탈퇴하는 사람도 있고 남은 이들도 박근혜 5년을 어떻게 버티나 고민을 했죠. 문재인님이 정치를 할지 말지도 모르고. 실제 1년간 초야에 묻혀 사셨잖아요. 다시 정치를 하라고 하기엔 가혹한 것도 있었죠. 근데 다행히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김정숙 여사가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가보겠습니다’ 하시는 거에요. 그 말씀에 코가 꿰었어요".

 

대선에 임하는 느낌을 묻자 "5년 전과는 다르다"고 했다. 당선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온다는 거다. 그는 "이대로만 가면 이변이 없는 한 당선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2012년과 비교하자면 문재인 본인이 준비돼 있고 국민도 준비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세론은 강하게 경계했다.

 

"저는 진짜 당선되는 순간이 와야 '아 당선이 되나보다' 하고 비로소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안희정 팬클럽 카페지기와도 얘기를 나눴는데, 대의는 정권교체에요. 경선 결과에 따라 모두 서로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난 노무현 정신을 믿고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믿어요."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 씨어터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17.01.22. yes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안희정 정치판으로 끌어낸 '아나요'= 2006년 겨울 '아나요'(안희정과함께아름다운세상을나눠요) 회원 50명이 안희정 충남지사의 일산 집으로 몰려갔다. 안희정을 정치판으로 다시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아나요 카페지기 '천지기운'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첫사랑은 노무현이었고, 참여정부를 지켜준 고마움에 안희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나요는 안희정을 노무현의 적통이라 한다.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직계라는 자부심도 크다. 

 

"우린 대통령을 만들자고 모인 게 아니라 노무현을 계승할 수 있는, 정치를 진보시킬 수 있는 정치인으로 안희정을 인정했기 때문에 모였어요. 안희정과 같은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대감이 다르죠. ‘아나요’ 말고도 온라인 커뮤니티가 많은데 다들 안희정의 진가를 보고 모이죠. 그 분들이 너무 고맙고, 안지사와 해 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안희정은 남다르죠. 노사모에 대해 말할 때마다 가슴이 아리는 그런 감정…"

 

‘아나요’는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 세 가지를 묻지 않는다. 나이, 출신학교, 직업이다. 주력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30~40대가 많다. 여성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노무현 당선 당시 20~30대들이 지금도 주축이라는 의미다.

 

"제일 싫어하는 게 싸움이에요. 다름을 인정하고 당신의 주장도 인정하지만 딱 한가지, 불관용만큼은 용납하지 말자는 거죠. 아름다운 세상을 나누자는 게 안희정의 목표고 다름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처지를 있는 대로 보자는겁니다. '선한의지' 발언으로 공격을 당했는데 그건 2007년부터 말한 내용이고 표를 의식해 발언이 달라진 게 아닙니다."

 

천지기운은 "정치는 굉장히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했다. 모든 일을 정치로 푸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모든 것을 해결하는 키는 정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누군가를 지지하고 꿈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 팬클럽 하시는 분들 다들 그런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방장수 이재명의 보검, 손가혁 = '손가혁'(이재명과손가락혁명군) 카페지기 김성주씨는 성남시민이다. 2013년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토론하다가 팬카페를 만들었다. 시장 재선 때부터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선 이후 스스로 역할을 돌이켰다. 그는 "너무 다가가지 말고 순수하게 남자는 의미에서 다시 팬카페로 돌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이 그들을 다시 불렀다.

 

"1000명도 안 되던 회원이 탄핵과 촛불정국이 이어지면서 하루에 1000명씩 늘었어요. 노사모 출신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고 보수층에서 넘어오신 분들도 있는데 처음엔 엄청 격렬하게 논쟁했지요. 지금은 서로 이해하고 있지만 지지층이 다양하다보니 지금도 심심찮게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집니다."

 

밖에선 조직적이라고 평가하는 ‘손가혁’이지만 내부에선 조직력보다 생동감을 강점으로 꼽는다. 김 씨는 "외부에서 많은 조직들이 결합해 함께 활동하는데다 손가혁이라는 이름이 주목도가 높아서인지 밖에서 더 조직적이라고 평가하시는 것 같다"며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 모두가 그냥 손가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6일 저녁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마친 손가혁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안철수가 하는덴 이유가 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팬클럽 안팬의 카페지기 '소슬'도 여성이다. 안철수의 팬으로 산지 10년째. 인간 안철수에 반했다는 그에게 정치인 안철수까지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안철수가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안철수가 뭔가를 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고 이렇게 욕심없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국민을 위해 정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의 팬덤은 안팬 등 복수 팬클럽이 모여 지난해 '국민희망 안철수'라는 현장 결사체를 만들었다. 대선이 끝나면 해체하는 한시적 형태다. 소슬은 "팬클럽을 이끌어가는 이유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국민이 이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많은 국민들이 안철수를 제대로 알게 하면 그 뿐"이라고 했다. 역시 팬덤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안철수에게서 수도자와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대통령은 국민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고 자기는 권력은 필요없다는 그분의 말을 100% 믿어요. 애들 아빠는 제가 지지자인줄만 알고 리더인줄은 몰라요. 제가 이래 힘들게 합니다."

 

◇"유심초 최우선 원칙은 네거티브 금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팬클럽 유심초 회장 '유짱대빵대구'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7년. 대구지역에서 유승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팬클럽을 만들었다. 그는 "친목도모만 해왔는데 좋아도 창구가 없어서 지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분들을 위해 온라인 창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터넷카페가 탄생한 게 2015년 5월이다. 

 

"유심초의 최우선 원칙이 네거티브(상대의 부정적 면 부각시켜 공격) 선거운동을 절대 안한다는 점입니다. 유승민이라는 이름의 가치, 인간의 가치를 알리는 게 우선입니다. 목표는 당연히 대통령 당선이지만 당선이 아니어도 우리에게 '좋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남겨주신다면 끝까지 지지하는데 후회가 없을 겁니다. 정치적 이득이요? 유승민이란 사람이 고맙다고 하고 땡칠 사람이지, 어디 보은하고 이럴 사람입니까." 

 

◇"황교안 안 나오면 공관 몰려갈 것"=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아직 공식 대권주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팬심은 여느 대권주자 못지않게 뜨겁다. 페이스북에 '황대만'(황교안대통령만들기) 팬클럽 사이트를 만든 우성제 간사는 40대 회사원이다. 그는 "법과 원칙, 보수에 걸맞은 이미지라서 황 대행을 지지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팬심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이어갈 사람이 황 대행이라는 거다.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다녀왔는데 인터넷에 굉장히 안 좋은 내용만 나오더라고요. 정부에서 하는 일 중에 좋은 내용은 알리고 공유하는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황 대행에 대해 알게 됐고, 이 분이 박 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가져갈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절대적으로 지지하게 됐습니다. 황 대행이 사람들을 만날수록 지지층이 더 넓어질거라 믿어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으시더라고요."

 

우 간사는 야당으로 쏠리는 지지를 보수진영의 단일화로 되돌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야당세가 계속되면서 보수층 결집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고, 힘을 얻어가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탄핵이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추가로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거고 황 대행의 지지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 선언을 하는 시점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가 단일화를 한다면 1~2% 지지율 싸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보수진영에 황 대행 말고는 나올만한 후보가 없고, 지금 나온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수준입니다. 황 대행 말고는 바라볼 만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없습니다. 언젠가 국민들이 황 대행을 부를겁니다. 그 분이 결심을 하셔야 해요. 출마 하지 않겠다고 하면 총리 공관으로 몰려갈겁니다."


26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보수진영 지지자들이 참석했다./사진=우경희 기자

◇정치인 불러내는 팬덤 = "완전 멘붕 상태예요."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반딧불이' 김성회 회장의 첫 마디였다.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측도 마찬가지였다. 임덕규 반사모 상임고문 당시 "반 총장 같은 인물이 또 나오려면 2000년이 걸린다"며 "국민 반응에 따라 다시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딧불이’와 ‘반사모’는 반 전 총장 대표적 팬클럽이다. 지지기반 없이 미국에 있던 반 전 총장을 현실정치로 끌어낸 것도 이들의 힘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반사모는 다음달 초 반 전 총장과 간담회를 갖고 재등판 요구를 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팬클럽이지만 둘의 성격은 차이가 있다.


난해 9월 결성된 반사모는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와 닿아 있다. 보수의 정치적 대안으로 반 전 총장을 선택한 이들의 모임이다. 그의 정치를 돕기 위한 정치적 지원 조직 성격이 강하다. 5개월새 회원이 2만5000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조직력이 강했다. 지역 지부, 산악화, 예술봉사단 등 전통적 조직 방식을 택했다.


‘반딧불이’는 ‘반사모’에 비해 자생적 팬클럽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3월 자발적 모임을 했고 6월 창립 준비 워크숍을 거친 뒤 11월 창립대회를 했다. 반 전 총장의 중도·통합을 지지한 세력인 만큼 ‘친박’과 다소 거리를 둔다. 이 때문에 두 세력간 알력도 적잖았다. 반 전 총장 입국 때 공항에서 전국 각지의 팬클럽 지부, 위원회, 단체들이 자리배치 등을 놓고 알력 다툼을 벌이고 삿대질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된 게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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