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자꾸 청부입법을 하지말아달라. (정부 입법 절차대로) 국무회의를 거쳐서 와야지 왜 자꾸 청부입법을 하나. 그러니까 자꾸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에 가서 우리(농해수위) 법안이 막히는 것 아니냐"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공청회에선 해양수산부의 이른바 '청부입법'이 논란이 됐다. 이날 논의된 '해양환경정책기본법' 제정안을 두고서다.

'청부입법'은 말그대로 정부가 준비한 법안이지만 국회의원을 통해 대신 발의하는 법안을 가리킨다. 의원을 통한 입법절차는 정부입법 절차보다 훨씬 간단하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준비하는 법안은 입안 뒤 부패영향평가→관계기관·당정협의→입법예고→규제심사→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이 때 소요되는 기간은 약 139일~225일이다.

반면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경우 국회 법제실 검토와 동료 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을 받아 의사국 의안과에 제출하면 된다.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할 경우 법안 상정과 심사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급한' 정부로선 청부입법이 최상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박 의원은 이날 "왜 이런 방식으로 입법을 하려고 하냐. 국무회의나 법제처의 사전심의를 받아서 가져와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해수부에서 우회적으로 입법을 하려는 시도를 하니까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없는 의원들을 속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면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법안심사소위에서 지속적으로 청부입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농해수위 법안소위 공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제정안에 대해서도 청부입법임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박 의원은 "정부가 입법을 해야지 의원들한테 이야기해서 청부입법을 하면 어떡하냐. (특히) 제정법을 의원 통해 청부 입법을 한다는 건 문제가 심각하다"며 "(청부입법) 법안에 대해서 심의 안하기로 지난해 법안소위에서 얘기했는데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정부가 (입법을) 하는 게 의원들이 검토하는 것보다 훨씬 타이트하게 한다. (이런 제정안은) 정부에서 재정과 예산 등을 검토해서 와야한다"며 "특히 (이 법은) 기존 제도와 충돌될 수 있다고 평가되는 부분 아닌가. 그러면 다른 부처 조율과 국무조정회의 등을 거쳐서 정부안으로 올라와야 우리가 수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이같은 지적에 연영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19대 (국회에서) 농해수위를 해오신만큼 의원님들이 (법안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3년 간 연구한 법이고 (그러다보니) 의원님들 계실 때 꼭 입법하고 싶단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측은 당초 이 법을 반대하던 환경부 등과 협의가 끝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 환경정책기본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양환경을 별도로 분리, 같은 '기본법'으로 제정하는 것에 대해 환경부 측은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기본법 틀은 인정하고 (대신) 법제명을 기본법 틀에서 약간 낮추기로 환경부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해당 법명에서 '기본법'이란 단어를 빼고 '해양환경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 제정안으로 변경키로 했단 설명이다.

그럼에도 박 의원을 비롯,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다음 법안심사소위가 열리기 전에 환경정책기본법, 해양환경관리법 등과 중첩되는 부분이 없도록 법안을 재정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