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이냐 9일이냐' 여야, 예산안 시한 충돌 속내는

[the300]법안심사 보이콧, 여야 대치…국회 "野 세입부수법안도 논의 가능"

말도 못 꺼낸 김영란법= 김용태 법안심사소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오른쪽)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리지 못하자 입장 발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정무위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김영란법) 등을 심사할 예정이였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전 상임위원회 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해 보류됐다. 2014.11.26/뉴스1

 '12월 2일 대 9일'.

새해 예산안 심사가 속도내는가 더니 26일 돌연 중단됐다. 국회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은 다음달 1일 본회의에돼야 한다. 일단 부의된 예산안은 언제든 상정될 수 있다. 이를 관철하려는 여당과,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리해도 늦지다는 야당이 충돌 조짐을 보이다 예산안·법안 심사 중단으로 이어졌다. 예산안 처리시한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치열한 수싸움을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당 소속 상임위원장-간사단 회의를 갖고 예산안법안 심사를 보이콧한다고 밝혔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국고지원에 상임위 차원에서 합의하고도 여당 원내지도부에서 이를 번복하거나, 반대로 여당 의원들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깨는 등 야당을 농락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다만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한 듯 국회 전면중단이 아니라 "경고와 항의 표시의 잠정보류"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법을 지키지 않을 셈이냐"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법과 원칙대로, 약속대로 해야 한다"며 야당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예산안 자동부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누리과정 예산을 빌미 삼아 국회를 보이콧하는 일은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 충돌의 명분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이지만 진짜 이유는 예산안 통과시기와 그 내용에 대한 입장차다.

새누리당은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겨 온 관행을 깨고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기한 내 처리하는 선례를 올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당이 돌연 상임위 보이콧에 나선 건 예산안 심사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내용을 반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강조해 온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와 연계해 예산안 심사에서 좀더 얻어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힘들어도 원칙을 지키는 전통을 후대에 만들어주고 싶다"며 "법과 원칙이 있는데 사안별로 합의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예산안 여야 합의에 문제가기면 여단독의 수정동의안이라도 제출해 기한을 지키겠다고 했다. 국회법상 본회의에선 원안보다 수정동의안을 먼저 표결하게 돼 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예산안 심사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기한'보다는 예산안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수정동의안도 야당 압박용 카드로 본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시간이 부족하면 12월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12월2일에 여야 합의 없이 처리되면 그것이 날치기"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정기한 내 처리를 강조한 것은 여야 모두에 압박요인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편성한 첫번째 예산인 내년도 예산안이 심의 중"이라며 "이 계획이 제때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예산안이 결국 2일을 넘기면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야당에 쏠릴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도 예산안 처리기한에 가이드라인을 받아든 셈이어서 부담이 적지않다.

이에 따라 여야가 어떤 협상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막판 시간에 쫓기면 여당이 조급해지고, 야당이 담뱃세 인상을 수용한 대신 여당이 법인세 인상을 받아들이는 '딜'에 나설 거란 관측 다. 야당은 재정악화 대책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인상(감세 철회)를 요구해 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14건 법률안을 예산(세입)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최형두 국회대변인은 "야당이 제출한 법안이 목록에 없다고 논의가 안 되는 게 아니다"며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상임위 간사 의원은 "2일 예산안을 원안대로 하자면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예산심사 권한을 빼앗는 것"이라며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으니 여당도 쉽게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을 1순위 논의과제로 올렸던 정무위원회는 이날 야당의 상임위 보이콧에 따라 법안소위를 열지 못했다. 새누리당 법안소위 위원들은 모두 회의장에 출석했으나 법안심사에 응할 수 없다는 야당 입장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는 이날 오후부터 비공개 간담회로 전환해 세법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이것도 취소됐다.


관련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