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경로당·피케티의 공통점? 여야 '지갑 속 폭탄' 터질라

[the300]"선점해야 논의 주도" 경제이슈 경쟁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4.09.30 06:26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2014.9.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담뱃값 인상이 불을 댕긴 증세 논란, 공무원연금 개혁, 글로벌 부유세를 주장한 경제학자의 이름을 딴 이른바 피케티세(稅) 논쟁까지. 국민 지갑 사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현안이 동시다발 터지면서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여야간 공방이 치열하다. 

정치권에선 이슈선점을 승패의 첫 요소로 꼽는다. 특히 '경제'를 선점하지 않고는 여론을 움직이기 어려우며 다가올 총선(2016) 대선(2017)도 장악하지 못한다는 걸 양당 모두 잘 알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9월 들어 본격화한 이른바 '3대 증세'와 연금개혁, 상가권리금 보호 법제화 논란은 정부여당이 방아쇠를 당겼다. 정부는 새누리당과 조율을 거쳐 지난 11일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확정 발표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조치보다는 가격인상분으로 세수를 늘리려는 사실상의 증세정책이란 의견이 확산됐다. 게다가 2~3년에 걸쳐 주민세를 2배 이상 인상하고 자가용과 생계형 승합차를 제외한 자동차세도 100% 인상하는 방안이 함께 나왔다.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도록' 개혁하겠다는 새누리당 입장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 22일 공청회를 마련했지만 청중석을 가득 메운 공무원노조의 강력 항의로 공청회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정도로 진통을 겪고 있다.

상가권리금 보호 법제화는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이 일찌감치 제시한 과제다. 상가권리금 문제를 잘못 다루면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정부여당이 이에 착안, 권리금을 인정하되 소득세를 매겨 양성화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與, 경제정책 공세..野 반발로 논란

세금을 포함, 민감한 경제문제가 동시다발 제기된 것은 총선이나 대선 등 큰 선거가 당분간 없다는 정치일정과 무관치 않다.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정부와 정치권으로선 올해와 내년이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기에 적기일 수 있다.

3대 증세, 연금개혁, 상가권리금 문제를 관통하는 주제는 '재정'이다.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만큼 정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부는 해마다 이 시기에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야당이 "서민증세"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는 등 논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더300(the300)의 해당 상임위원 전수조사 결과도 국회 내 부정적 기류를 보여줬다. 여야 모두 세금을 건드려 이득을 본 사례가 거의 없다.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지난 23일 "담뱃값·주민세에 공무원연금까지, 사방에 적을 두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인상론이 불 붙은 만큼, 얼마가 됐든 담뱃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공연금 개혁, 권리금 보호 정책에도 야당의 이견이 있지만 반대 목소리가 강하진 않다. 야당은 연금개혁을 밀어붙여선 안된다는 신중론이지만 "개혁 필요성엔 공감한다"는 기류가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관계자는 29일 "이해당사자의 반발과 논란은 예상됐던 것이고 박근혜정부 임기내에 대안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로당 예산·피케티세 이슈, 野 주도

이와 반대로 야당이 공세를 주도, 여당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거취 논란 끝에 원내대표로 복귀하면서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불효막심한 정당"이라고 새누리당을 몰아세웠다.

새누리당에선 즉각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반박했지만 야당에 이슈를 빼앗겼다는 자성이 터져나왔다. 경로당 예산은 현행 세제상 국비가 아니라 지방비 사업이라 기재부 예산에서 뺐다고 해서 관련예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년층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은 그동안 여야 가리지 않고 앞다퉈 관련예산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올해 '예산삭감' 공세를 펴면서 '서민 부담 확대'라는 프레임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저서로 시작된 피케티세(글로벌 자본세)도 야당이 쟁점화하고 있다. 여권의 '증세 드라이브'에 '피케티'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새정치연합 정책위는 지난 25일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초청해 조찬특강을 열었다. 야당에선 피케티 교수 저서 '21세기 자본'이 최근에야 국내 번역된 만큼 피케티 마케팅이 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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