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서민증세 2라운드 '피케티 마케팅' 맹공…與 '끙끙'

[the300]새정치 '피케티 배우기' 활발…새누리 "이슈선점 당했다"

지영호 기자 | 입력 : 2014.09.25 17:47

새정치민주연합이 '피케티 이론'을 앞세워 정부·여당에 '서민증세' 맹공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마흔세살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판됐을 때만 해도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책은 올해 영어 번역판이 미국에서 출판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책이 동나는 등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피케티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미래가 심상치 않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잠시만 주의를 소홀히 하면 불평등이 커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1980년 이후 불평등이 커지고 있고 21세기 내내 이 같은 기조가 계속 될 것이라는 게 책의 요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내년도 예산안 비판의 도구로 '피케티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25일 정책위원회 조찬 경제특강에서 '21세기 자본'의 한글판 해제를 쓴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초빙해 강연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열린 정책 조정회의에서도 피케티 이론을 활용해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방한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피케티를 활용해 '사실 왜곡'이라며 반박하는 정부 여당에 '부자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피케티 배우기'에 나섰다.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을 일찌감치 구입해 틈틈이 챙겨 읽는가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거나 선물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날 아침 7시30분에 열린 '피케티 현상과 한국의 불평등' 경제특강에도 20명이 넘는 의원이 자발적으로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이어졌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피케티 교수는 한국사회를 향해 '불평등이 서유럽이나 일본보다 더 심하다. 서민과 중산층에 영향을 주는 담뱃세를 올릴 것이 아니라 부자 누진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며 "불평등한 사회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며 악이다"고 인용했다.

우윤근 정책위 의장도 최근 피케티와 오찬을 가진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는 경제선진국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혔다"며 "해법 중 하나로 누진적 소득세율 인상과 자본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과 부의 집중, 소득의 양극화가 대한민국의 권력독점, 자본독점, 기회독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며 "박근혜정부는 3대 독점을 고치기보다 독점현상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피케티 마케팅'을 부담스러워 하는 한편 최근 이슈선점에 연이어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예컨대 경로당 냉난방비 문제는 매번 예결산특위에서 예산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야당의 공세에 '노인복지'를 외면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주장하는 증세론은 따져보면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민에게 설명하려 해도 장황하다 보니 설득이 잘 안되고 있다. 야당에 이슈를 빼앗긴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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