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에서 단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다.

광산을은 야권의 '초강세 지역'으로 새정치연합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하지만 당의 연이은 전략공천과 부적절한 시점에 권 후보를 투입했다는 여론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론은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

반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송환기 새누리당 후보는 두 자릿수 득표율을 넘어 '박빙우세'를 자신했지만, 승기를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황보람 기자

24일 찾은 송 후보 선거사무실 곳곳에는 '권은희'가 눈에 띄었다. 탁자마다 권 후보의 '부동산 탈세' 의혹을 다룬 신문기사 스크랩이 코팅돼 놓여 있었고, 지지자들은 '논문표절'이나 '재산 축소 신고' 등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거론하며 송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지원유세에 나선 새누리당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은 광주를 찾아 '새정치연합 심판론'을 주장했다.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잘못된 공천권 행사 때문에 지역분들이 마음 상하셨다"며 "여러분들이 원치 않는 후보를 낙하산으로 내리 꽂은 것은 광주 시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소 송 후보는 대규모 유세보다는 발로 뛰며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을 늘린다고 했다. 이날도 그는 흰색 토시를 낀 양팔을 흔들며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송 후보는 "날도 더운데 시끄러운 선거운동을 하면 주민들이 짜증을 낸다"며 "일부러 로고송도 만들지 않고 조용하게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광주에 뿌리를 내린 호남 토박이다. 하지만 '토박이'만으로는 광주에서 승산이 없다. 그래서 송 후보는 순천·곡성 지역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전략을 벤치마크 하고 있다. 이른바 '2년 기회론'과 '호남 예산폭탄'이다.

송 후보는 "2년도 안 되는 보궐선거 임기동안만 맡겨 주시면 광주 광산구를 위해 예산폭탄을 갖고 오겠다"며 "새정치연합 호남 의원 6명보다 훨씬 잘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군대에서 장교와 상병으로 만나 40년 지기가 된 정몽준 전 의원도 광주로 내려와 하남산단 등을 돌며 송 후보의 '자동차 100만대 건설기지 마련' 등 핵심 공약에 힘을 실어줬다.

송 후보는 이제 호남의 밀알을 넘어 당선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는 "TV토론 이후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며 "광주의 경제와 일자리를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박광범 기자

◇'광주의 딸' 권은희 "지금처럼 땀 흘리며 지역주민 손 맞잡을 것"

같은 시간. 화장기 없는 얼굴에 파란 운동화를 신은 권 후보는 지역주민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려 애썼다. 무더위에 그의 하얀 셔츠는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권 후보는 18대 대통령선거 이후 정치권에 줄곧 이름이 오르내린 '핫 아이콘'이다. 그가 출마를 결심하자 여권은 기다렸다는듯 공격을 퍼부었다. 정계 입문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요즘이다.

권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첨단 게이트볼경기장에서 열린 광산구 게이트볼연합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지금처럼 운동화 신고 땀 흘리면서 지역주민의 손을 맞잡으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후보의 선거 전략은 '발로 뛰는 선거'다. 실제 권 후보는 이날 행사장에 있는 100여 명의 노인들 한 명 한 명과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무릎을 꿇고 노인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고, 이들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도 흘려듣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약 12km 떨어진 곳에서 유세 일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권 후보는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주민들과 인사를 다 하느라 11시20분이 넘어서야 행사장을 떠났다.

행사장 밖에 있던 노인들도 권 후보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 할아버지가 자신도 경찰출신이라고 하자 권 후보는 "자랑스러운 폴리스(police)"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할머니들은 권 후보의 손을 맞잡으며 "이런 딸 있었으면…", "정의를 위해서라도 더 힘내라"고 격려했다. 권 후보가 땀을 흘리자 부채질을 해주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권 후보는 유세차를 이용한 유세보단 직접 발로 뛰는 일정을 이어갔다. 이날 하루 광주의 날씨는 무더위와 폭우가 오갔지만 권 후보는 주민들이 쉬고 있는 공원과 노래교실, 상가 밀집지역, 게이트볼 등 생활체육현장을 직접 찾았다.

권 후보는 "지역민들께선 (제가) 광산의 발전가능성을 잘 키워주시는 의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하시면서 한편으론 (제가) 여의도에 가서 빨리 '진실의 힘'을 보여줬음 좋겠다고들 하신다"며 "그 말씀들을 다 마음에 새겨 그런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권은희 지지세 굳건…새정치연합 비판도
광산을 주민들의 민심은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연이은 광주지역 전략공천에 분개하고 있었다. 권 후보에 대한 호감도는 높았지만 당이 인물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수완동에서 만난 주부 이모씨(39)는 "권 후보는 보수적인 경찰집단 내에서 정의를 위해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며 "여의도에 가서 더 큰 뜻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재원씨(24)도 "선거과정에서 만나 본 권 후보는 뉴스에서 본 것 이상으로 진실해 보였다"며 "국회의원이 돼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줬음 좋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연일 권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도 반발심이 컸다. 첨단동에서 슈퍼를 운영 중인 정모씨(54)는 "새누리당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근거 없는 의혹제기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권 후보를 뽑긴 하겠지만 새정치연합이 후보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영업자 윤모씨(57)는 "권 후보가 그렇게 괜찮으면 경선을 치러 정정당당하게 공천했어야 한다"며 "지역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후보의 가치가 퇴색됐다"고 평했다.

택시기사 정모씨(55)는 "전국구 인재인 권 후보를 '광주의 딸'로 못박아 버려 아쉽다"며 "새정치연합 지도부들이 힘겨루기 하느라 권 후보를 희생시킨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용섭 의원 동정론도 나왔다. 앞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광주시장 선거에서도 전략공천을 감행했다. 광산을 주민들은 지역구 의원이었던 이용섭 전 의원이 당의 전략공천에 희생됐다고 보고 있었다.

택시기사 이모씨(54)는 "이용섭이 참 똑똑하고 일을 잘했다"며 "다음번에 이용섭이 나오면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