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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2.15/뉴스1

대선이 임박해지면서 여야가 각각 상대 진영을 독일 나치 정권에 빗대는 등 거친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혐오나 편견을 담은 표현을 쓰지 말자는 운동)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일상적으로 쓰이던 어휘들마저 순화·대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여전히 우리 정치권은 가장 극단적인 표현만 골라 상대방을 부정적 이미지에 묶어 두는 전략을 선택한다.

15년 전 대선 때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 측이 현 민주당 정권측 인사로부터 '히틀러'라는 말을 듣고 소송 불사 방침까지 밝히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금은 국민의힘도 거리낄 것 없이 상대 진영을 히틀러에 빗댄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날 선 언어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여야, 서로를 향해 '히틀러' '괴벨스' 등으로 빗대19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를 겨냥해 "히틀러식의 분노와 보복정치를 멈추기 바란다"며 "추경을 지연시키고 민생 챙기기를 방해한 것에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2차 대전을 일으키고 600만명의 유대인 학살 정권이었던 나치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이번 대선판에 빈번하게 소환된다.

윤 후보도 17일 선거유세를 돌며 민주당 정권을 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Axis powers, 연합국에 대항한 세력) 독재자들에 빗댄 적이 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적폐 수사와 관련한 발언에 강하게 반발한 민주당 정권을 겨냥해 "히틀러나 무솔리니(베니토 무솔리니 전 이탈리아 총리) 같은 파시스트들 아느냐"라며 "이 사람들 뒤집어씌우는 거 세계 최고"라고 했다. 민주당이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며 파시스트들의 행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18일에는 김영진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차별, 혐오 중심 선거전략'을 짠다며 이 대표를 향해 '청년 괴벨스'(파울 요제프 괴벨스 전 독일 국민계몽선전장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나치로 몰고, 유겐트(나치의 청년 돌격대)로 모는 것이 혐오정치의 정확한 정의"라고 비판했지만 국민의힘 측도 상대를 나치로 몰아가긴 마찬가지였다.

2007년12월 대선을 앞뒀을 때는 이해찬 당시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공동선대위원장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를 히틀러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 선대위원장이 "히틀러가 당선된 뒤 국가주의를 주창하다가 나치로 변질됐고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을 가져왔듯이 이 후보도 그에 못지 않은 과오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하면서 민형사상 소송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기생충" "삼족을 멸한다" 갈수록 비난 수위 높아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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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구윤성 기자 = 공식 선거운동 첫 날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연설을 하는 가운데 한 시민이 '무속중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2.2.15/뉴스1

무속과 관련한 여권의 공세가 '무교' 종사자들의 반발을 부추길 수도 있다. 여당은 무속과 관련한 윤 후보 측 의혹을 연일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의혹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무속이 곧 '악'(惡)이라는 인식이 깔릴 수 있다.

무교인 연합단체인 경천신명회와 대한경신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 논란'으로 국민의힘 당내 경선주자들과 여권에서 무속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때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선택한 직업이라도, 우리 국민 한 사람이 믿는 종교나 신앙일지라도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여야의 발언 수위는 더 거세진다. 국민의힘 측은 이 후보측의 법인카드 유용의혹을 두고 '기생충'이라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윤 후보측의 검찰총장 재직시절 행적을 문제시하며 "조선 시대면 삼족을 멸했다"고 했다. 선거를 보름여 남겨둔 상황에서도 상당수 조사에서 오차범위 접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계속되는 등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승부에서 끝으로 갈수록 혀의 칼은 바짝 날이 설 가능성이 높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람이 같은 자극을 계속 받으면 무감각해진다"며 여야가 점점 높은 수위의 비난을 주고 받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신 교수는 "양쪽의 발언 수위를 볼 때 이런 대선은 처음 본다"며 "과거 선거 때는 고소고발을 많이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다 취하했지만 지금은 양측이 그럴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