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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 앞서 이용선(왼쪽부터) 시민사회수석,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대화하고 있다. 2019.03.04.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 컨트롤타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국내에 남긴 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순방을 떠났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측의 협상장 이탈 방지, 한미 간 의견조율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아세안 순방 직후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중재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11일 첫 아세안 순방지인 브루나이에서 볼키아 국왕과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의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 중에서는 김수현 정책실장이 이번 순방에 동행했고, 정 실장은 청와대에 잔류했다. 대통령 해외순방의 최종 책임자 격인 안보실장이 동행하지 않은 것이다.
당초 정 실장은 이번 순방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지난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세안 순방단에 정 실장이 포함될 것임을 언급하며 "북미 간 본격적인 협상 중재는 아세안 순방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정 실장이 아세안 순방을 따라나서지 않은 것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초유의 사태에 속도감있게 대처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북측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도 정 실장을 잔류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북측의 움직임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시 국가안보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미 간에 이견이 노출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도 정 실장의 잔류를 부추겼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북측의 협상장 이탈을 막기 위한 당근으로 '제재의 틀 안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추진'을 언급했지만, 여기에 미국 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한 제재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일축해 한미 엇박자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북측에 비핵화 혜택의 '그림'을 설명하는 차원"이라고 한 발 물러섰으나, 한미 당국자 간 직접 접촉을 통해 엇박자 논란을 종식시킬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순방이 끝난 직후 곧바로 '북미 간 중재 이벤트'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과의 공유를 위해 빠른 시일 내의 정상회담을 약속했던 바 있다. '노딜'로 궁지에 몰린 북측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판문점 회담'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볼 때 정 실장이 문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는 것보다는 북미 중재의 콘트롤타워로 '정위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국내에서 챙겨야 할 업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가장 먼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통화를 하며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 측의 입장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11일 아침(한국시간으로는 밤)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통화를 할 것"이라며 "(동창리)위성 이미지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의 카운터파트는 정 실장이다. 청와대는 볼턴 보좌관의 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한미 양국 NSC 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측과의 물밑 접촉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하노이 노딜' 이후 북측의 '협상장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움직임도 포착된 만큼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 실장은 북측과 대화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양측으로부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유를 듣고 분석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그 이후에 구체적인 대응 및 중재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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