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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합의문 서명 없이 종료됐다. 그러나 북미간 협상자체가 완전히 결렬된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빈손으로 종료된 이후 재개된 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북미협상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86년 10월12일 해가 온종일 지평선에 걸려 있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전략무기 감축협상을 벌였다.
레이건은 전략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폭격기를 5년 내 절반으로 줄이고 10년 뒤엔 대륙간 탄도미사일 전부를 없애자고 했다. 고르바초프는 10년 내 아예 모든 전략무기를 폐기하자고 했다. 정상회담 초반은 이처럼 순조롭게 협상이 마무리 되는 듯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한가지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은 난항을 맞았다. 고르바초프는 이른바 '스타워즈'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의 실전배치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SDI는 핵탄두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는 방어체계다. 레이건은 이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반전은 협상 결렬 후 시작됐다. 미·소 정상은 서로의 '바닥'을 봤다.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양보할 수 없는 선은 무엇인지 파악했다. 이후 양정상은 1987년에 다시 만났다. 미·소는 사정거리 1000km를 넘는 중거리미사일을 모두 폐기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도 이 때의 상황과 유사하다.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양정상은 이미 '합의문'까지 작성한 상태였다. 북한은 영변핵시설을 폐기하고 북미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의 '스몰딜'내지는 '미들딜' 정도의 수준까지는 서로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북한이 '제재완화'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맞았다. 북한은 대북제제 중 5개 조항을 선제적으로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전면적 제재완화'요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도 있었다, 원한다면 100% 서명할 수 있었다"면서도 "영변은 대규모지만 이것만을 해체하는 것은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협상 레버리지를 쉽게 버릴 순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 선제적으로 제재완화를 해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양정상은 합의문에 끝내 서명하지 못하고 회담장을 나섰다.
그렇다고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다. 양정상은 서로가 원하는 카드를 알게됐다. 다시 만난다면 그 카드에 준하는 준비를 한 후에 만날 수밖에 없다. 협상타결을 위해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얘기다. 양 정상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재개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만간 협상이 열릴 수도있고 시간이 지나야 협상이 열릴수도 있지만 조만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도 기관지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양국정상이)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셨다"며 협상재개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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