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공휴일(공적으로 쉬자고 정해진 날)은 얼마나 될까.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해 총 67일이다. 주말을 제외한 공휴일은 15일이다. 3.1절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 공휴일이 4일, 설날과 추석 연휴 각각 3일, 새해 첫날(1월1일)과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성탄절 등이다.

공휴일은 공적으로 ‘휴무’를 지정한 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휴일이 날짜 지정 방식인 탓에 매년 ‘공휴일수’는 편차가 있다.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는 경우 때문이다. 실제 주말을 제외한 공휴일수는 연평균 8~13일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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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을 늘려라" 국회에 관련법 봇물= 정치권 안팎에서 공휴일을 늘리자는 논의가 활발한 이유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 휴식권이 명분이다. 대한민국의 장시간 근로 문화를 바꾸자는 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회원국 평균 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다. 1일 법정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가정하면 약 43일 더 일한다.

 현재 국회엔 제헌절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노인의날 등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20대 국회에 올라온 공휴일과 관련된 법안은 10개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명수 한국당 의원 등은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등도 공휴일로 하자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사실 이들 법안은 18~19대 때 발의됐다 폐기돼 20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성격이 짙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 등은 2008년 18대 국회 때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하자는 법안을 냈었다. 당시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원들의 법안은 채택돼 2013년부터 공휴일이 됐다. 19대 국회에서도 백재현 민주당 의원 등이 공휴일 관련 법안을 내놨고 이중 대체공휴일제가 국회를 통과해 2014년부터 시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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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도 적용받는 국경·공휴일법 전면 개정 필요"= 문제는 이들 공휴일이 관공서와 학교에만 적용되고 있는 ‘제한적 휴무일’이란 것이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1949년 6월4일에 제정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고 있다. 일반 법률보다 하위 개념인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다. 일반 국민들이 공휴일에 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제55조)'에 따라 휴일을 부여받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실제 공휴일을 연차로 사용하라는 민간기업들이 많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 근거한 조치다. 이 조항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 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나온다.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무현씨(가명, 35세)는 “공휴일을 연차로 처리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회사는 근로기준법 핑계를 댄다”며 “국회나 정부가 말로만 국민 휴식권을 외치지 말고 법을 개정해서 확실히 쉴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국회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18대 국회부터 공휴일 혜택의 양극화와 국가 공휴일의 예측불가능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일반 법제화하기 위해 전면 개정안을 냈었고, 19~20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공휴일법을 모든 국민들이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기업들 "쉬는날만 늘면 공장가동은 어쩌나"= 기업 등 이해당사자들은 국회의 이런 움직임에 난색을 표한다. 법안 역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번번이 폐기됐다. 대기업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쉬는 날이 늘수록 매출감소 등이 따른다. 공장 가동률은 줄 수밖에 없고, 기업 운영에 애로가 많아진다. 업계에선 조업일수가 하루 줄어들 때마다 수출액 기준 20억~30억달러 감소한다고 추산한다. 100인 이하 중소기업 사업장은 더 심하다. 어렵사리 일거리가 생겨도, 공휴일이 늘어 납기일 등을 맞추지 못하면 어차피 야근 등을 해야한다.

일각에선 국회가 이런 산업 현장의 현실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공휴일 등 쉬는 날에 대한 근로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아무래도 공장 가동이나 생산 현장의 문제 때문에 쉬는 날이 늘수록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그럼에도 공휴일 확대와 법 개정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과도한 장시간 근로는 국민의 정신적, 신체적, 재산상 피해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충분한 휴식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의뢰)에 따르면 공휴일이 1일 늘어날 경우 총 생산유발효과는 연간 11조642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7만6151명으로 조사됐다. 공휴일이 매년 평균 2일 늘면 생산은 23조2853억원, 고용은 15만2000명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공휴일은 공공부문만 의무적으로 적용받고 있고, 민간부문은 기업 재량에 따라 적용받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공휴일은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휴식권이기 때문에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