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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조각은 ‘진행형’이다. 취임 후 55일만에 인선을 마무리했을 뿐이다.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하면 보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18일 만에 장관 라인업 전원을 최종 확정했고 박근혜 정부 15일만에 83%의 장관들이 취임했던 것과 차이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재, 여소야대 국면에서의 야권의 비협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초기 국정공백이 가장 큰 정부로 남게 됐다.

5일 머니투데이 the300이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을 분석한 결과 국무총리와 15개 부처 장관의 취임이 정권 출범 18일 만에 끝났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닷새 만인 2월29일까지 75%(12명, 2009년 신설된 특임장관 제외)의 장관이 임명장을 받았다. 국정공백이라는 게 없이 곧바로 '이명박표 집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후 15일 만인 2013년 3월11일까지 83%(15명, 2014년 신설된 국민안전처 장관 제외)의 장관들이 취임해 업무에 들어갔다. 장관 인선이 마무리된 게 정권 출범 56일 만인 4월17일이었지만, 공석은 세 자리에 불과했다. 심각한 국정공백이라고 불릴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 정권 출범 57일째인 현재까지 임명장을 받은 장관은 11명에 불과하다. 장관급 부처(중소벤처기업부)로의 격상을 예고한 중소기업청에 대한 인선도 못한 것을 고려하면 장관 임명률이 58% 수준에 그친다. 문 대통령이 가장 늦게 지명한 백운규(산업부), 박능후(복지부) 후보자의 경우 오는 17~18일쯤으로 인사청문회 날짜가 거론되고 있다. 최소 정권 출범 후 70~80일이 돼야 인사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표면적인 이유는 늦어진 후보자 지명이다. 앞선 정부들이 약 두 달 간의 인수위를 거치는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발표했던 것과 달리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곧바로 국정운영에 들어가야 했다. 전 정부의 장관들과 '동거정부'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도 있었던 셈이다. 실제 1기 내각 후보자 인선 발표는 정권 출범 55일 만인 지난 3일에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정권의 '도덕적 결벽증'도 한몫했다. 당초 청와대가 1기 내각 라인업 발표 완료 시점으로 지목한 것은 지난달 18일이었다. 하지만 '인사검증 허들'을 높이며 몇몇 유력한 장관 후보자들이 끝내 내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백지검토가 진행됐고, 이에 인선 스케줄 자체가 늦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인선을 문 대통령이 직접 꼼꼼하게 챙기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특수상황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더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여소야대 구도 속에 지나친 '발목잡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한승수 전 총리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김성이 전 복지부 장관을 제외한 모든 인사들이 인사청문회 후 1~2일 안에 임명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특정일(3월11일)에 맞춰 일괄적으로 임명이 된 경우여서 이명박 정부처럼 속도가 있지는 않았지만, 3명(현오석·최문기·윤진숙)을 제외하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큰 무리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아직 진행될 인사청문회가 많음에도 이미 3명(강경화·송영무·조대엽)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했다. 위장전입 및 음주운전 의혹 등이 문제가 됐지만 과거 전관예우(황교안) 및 증여세 회피(조윤선) 등의 의혹에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은 경우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경우 임명을 그대로 강행했고, 다른 두 명의 인사에 대해서는 오는 10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향후 야권의 검증공세에 따라 추가적인 낙마자 혹은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같은 경우 정권 출범 후 세 달째에 접어들 때까지 최종 인선 마무리가 안 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라인을 가동하면서, 국회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