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탕한알의 깊은 뜻, 우리는 영원한 혈맹"(종합)

"제 어머니가 피난 도중 미군들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로 사탕 한 알이었습니다."

초여름의 햇살이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시를 환하게 내리쬐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했다. 행동은 때로 말보다 강한 메시지가 된다. 새 정부 첫 순방으로 미국을, 그 중에도 첫 일정으로 6.25 장진호전투 기념비 헌화를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온몸으로 전한 메시지는 한·미간 동맹을 뛰어넘은 '혈맹'이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내외는 28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안착했다. 문 대통령은 특유의 파란 넥타이를 매고 밝은 표정으로 공군 1호기 문 밖으로 순방 첫 발을 내디뎠다. 푸른 계통의 화사한 외투로 멋을 낸 김 여사도 역시 밝은 표정으로 영접을 맞이했다.

기지 내에서 안호영 주미대사와 김영천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 황원균 민주평통 워싱턴협회장, 한연성 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장 등이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미국 측에서는 로즈마리 폴리 미국 의전장대리와 매티 티터 앤드류스 합동기지 군수전대장, 수잔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리 등이 나와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문 대통령은 영접 인사들과 모두 마주보며 악수한 후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지체 없이 워싱턴D.C. 남서쪽 콴티코시 국립해병대박물관의 장진호전투 기념비로 향했다. 도착하기 전 김 여사는 외투를 경건한 검은 재킷으로 갈아입었다. 내외는 참전용사들과 한미 정부 인사들과 함께 산책로를 따라 기념비로 내려왔다. 애국가와 미국 국가 제창, 그리고 묵념이 이어졌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된 미 해병 1사단이 2주만에 극적인 철수를 성공시킨 전투다.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켜 피란민 9만여명의 흥남철수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이날 헌화 행사에서 시종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의미를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피란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 때 메러디스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는데 만약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또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를 통해 전해들은 미군들의 '사탕 한 알' 크리스마스 선물을 각별히 언급했다. 거제도 도착 전날인 1950년 12월24일 미군들이 배에 탄 피란민들에게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는 얘기다. 그는 "한미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며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도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장진호 전투에 관한 위대한 전설은 불가능을 극복한 최고의 일화로 남아있다"며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이 자리에 대통령님과 함께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넬러 사령관은 또 "같이 갑시다"를 한국어로 말했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수를 하고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인 옴스테드 중장으로부터 기념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건강을 기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양국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관하는 한미 비즈니스서밋(경제인회의) 행사에 참석했다. 한미 경제인들 앞에 선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사람중심의 경제"라며 "국민과 가계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경제순방단과 처음 만난 문 대통령은 "경제팀 구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제야 뵙게 됐다"며 "귀국 후 조만간 국내 경제인들과의 만남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첫 순방을 함께 해준 기업인들을 격려하는 한편,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방미의 핵심 일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29일 진행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내외의 공식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상견례 후 공식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의 국제 외교무대 데뷔이자 최대 우방국 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전개한다. 29일 일정을 동행한 후 31일 문 대통령과는 별도로 노인복지시설인 아이오나(IONA)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를 갖고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다. 카렌 펜스 부통령 부인과 오찬, '서울 워싱턴 여성협회' 회원들과 차담 등 일정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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