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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스1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예비후보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의 일부다. 대권을 향해 달리던 이 후보의 '행복한 여행'이 일단락됐다. 지난 1월 23일 대선 출마 선언으로부터 딱 70일, 첫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 촛불집회에서 이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던 지난해 10월29일로부터 160여일 남짓이 지난 날이다
이 후보는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 선출대회에서 5857표로 2위, 누적 득표 34만7647표로 최종 3위를 차지했다. 결국 이날 39만9934표로 누적 93만6419표를 달성한 문재인 예비후보의 과반을 저지하지 못해 결선행은 무산됐다.
촛불(light)이 길을 열어줬지만, '라이트'(light)한 체급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고배를 마셨다. 이 후보는 당장 내일부터 시정에 복귀한다.
◇ 촛불이 밝혀준 이재명의 대권도전 = 국회의원 경력이나, 당 요직 경험도 없는 재선 성남시장 이 후보가 정치 경력으로 따지면 '선배'인 문 후보와 안 후보와 민주당 빅3로 꼽히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스스로가 언급했듯 '기적'이다.
같은 재선 지자체장인 최성 후보(고양시장)과의 성적만 비교해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최 후보는 0.3% 득표에 그쳤다.
이 후보가 처음 '대선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4월이다. 당시 이 후보는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주축이 된 사회적 기업를 청소용역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직후였다.
2010년 첫 성남시장 단선 후 '모라토리엄 선언', 재선 후 '청년배당' 등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했지만, 대선 주자로 꼽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같은해 5월이 되면서 다시 0%대로 하락했지만, 6월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2~3%대의 지지율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다 지난해 촛불정국이 이 후보에게 길을 열어줬다. 촛불 광장에 서서 마이크를 잡은 이 후보는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던 정치인 가운데 처음이었다. 시민들은 그의 '사이다 발언'에 열광했고 지지도는 수직상승했다.
탄핵 소추안 인용 직전에는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8%를 달성하며 당시 20% 초반이었던 문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탄핵 인용 이후엔 하락세였지만, 꾸준히 10% 언저리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유력 대선주자군에 포함됐다.
◇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경선에서 빛난 그의 역할=민주당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이 후보의 역할은 더욱 빛났다. '대연정' 등의 주장으로 소위 '우측'에 위치한 중도 보수 지지자들을 끌어들인 안 후보의 반대편에 선 진보적 성향의 이 후보는 '좌측' 날개가 돼 민주당 경선 흥행을 견인했다는 평이다.
이 후보는 경선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사드 배치 철회' 등 강경·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며 이같은 주장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국민들을 민주당 경선으로 끌어들였다. 민주당의 '야성'을 가장 잘 드러낸 후보라는 평이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 정당'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지지자들까지 이 시장 덕에 민주당 경선에 참가하는 결과를 냈다"며 "소위 '왼쪽'에서의 민주당 외연을 확장하는데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급진성과 선명성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지지자들도 다수 생겼다.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인 대선 정국에서는 정의당과 같은 진보 정당 후보의 지지율이 8% 정도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4% 선이다. 이 후보가 나머지 표를 민주당으로 가지고 간 것"이라며 "촛불 정국에서 민주당이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는데도 이 후보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이재명이 남긴 것들, 그리고 남은 것들=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는 적은 인원의 캠프만으로도 상당한 지지를 끌어내며 말 그대로 '풀뿌리 정치'의 새로운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 후보 캠프 소속 의원은 6명에 불과하다.
출마선언을 한 직후부터 이 후보에게는 소액 후원금과 시민들의 지지가 답지했다. 13억의 후원금에는 변화를 소망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대학생의 일당과, 하루를 달랠 소주 한 잔 값을 아낀 일용직 노동자의 저녁값이 입금됐다.
여의도에 마련된 캠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지어 찾아왔다. 이 후보가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수많은 영상들도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 제공했다. 민심의 힘을 지지율로 증명했다.
여기에 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가 들고나온 기본소득 등 각종 복지정책은 본선에서 문 후보의 정책으로의 흡수는 물론, 앞으로 민주당의 중요한 정책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제 시정으로 복귀하는 이 후보가 자신이 원하는 '공정사회 건설'을 위한 '차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다음 대선에서는 이 후보를 대권 주자로 끌어올렸던 '촛불민심'이 없을 예정이다. 탄핵 정국에서 탄력을 받았던 이 후보인 만큼 다음 대선에서는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 후보가 다음 대선에 나서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체급 올리기'다. 이에 이 후보의 선택지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나 '경기도지사 출마' 등이 거론된다. 이 후보 측근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서울시장직에 좀 더 욕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에서 요직을 맡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만큼 당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체급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굳이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와 같은 직급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당 내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메시지 등을) 정제하고 다듬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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