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제하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로,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거듭 사과한 뒤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은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하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일일이 말씀 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칫 제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 뿐이고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을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참모는 "국정공백 차단을 위해 국회가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에 협조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한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까지 모두 비리로 낙인 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며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한국의 성장동력 만큼은 꺼뜨리지 말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 원로, 종교지도자,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할 뜻을 시사했다.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며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씨가)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제 곁을 지켜줘 저 스스로 경계 담장을 낮춘 게 사실"이라며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자책했다.

박 대통령은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며 "무엇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했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며 "이미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담화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온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다가가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이만 물러가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이날 박 대통령은 담화 초반 거듭 사과의 뜻의 밝힐 때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이 메어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