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안종범·'3인방'까지…손발 내친 朴대통령

[the300] 비서실장부터 정책조정·정무수석, 부속·총무까지 사상초유 '공석'…靑, '거국내각' 본격 검토

이상배 기자 | 입력 : 2016.10.30 17:56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까지 '최순실 게이트'을 비롯한 각종 의혹에 휘말렸던 최측근 인사들을 전격 경질했다. 특히 18년간 함께 해온 3인방을 스스로 내친 것은 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말해준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이 후임 인선 전에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청와대는 비서실장, 정책조정수석, 정무수석에 부속·총무비서관까지 공석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靑 비서실장부터 정책조정·정무수석, 부속·총무까지 '공석'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춘추관에서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의 인적쇄신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단행키로 했다"며 "비서실장과 수석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국정상황을 고려해 이 가운데 비서실장, 정책조정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 홍보수석의 사표만 수리했다"고 말했다. 1998년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정 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수리됐다.

민정수석과 홍보수석에 대해선 각각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이 후임으로 내정됐지만 나머지는 후임 인선이 완료되지 않아 공석으로 남게 됐다.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장, 정책조정수석, 정무수석 등 후임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자리에 대해 조속히 인선을 완료할 계획이다. 청와대 참모는 "비서실장부터 정책조정·정무수석, 부속·총무비서관까지 공석이 되는 상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엄중한 인식을 말해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전격적으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한 것은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민심 이반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저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앞서 이 실장은 지난 26일쯤 이미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靑, '거국내각' 본격 검토

한편 청와대는 새누리당이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를 통해 여야 동의 아래 촉구키로 결론 내린 거국내각 구성 방안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여당이 요구한 만큼 거국내각 구성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볼 것"이라며 "거국내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부터 확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참모는 "거국내각이라는 의미하는 바가 워낙 복잡해 정치내각 또는 야당내각이 될 우려도 많다"며 "그것 자체가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거국내각이 구성될 경우 국무총리는 여야가 합의한 인사로 선출하고, 장관들은 총리 주도로 여야에서 추천하는 인사들로 균형을 맞춰 임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중심으로 챙기고 나머지 내치에 대한 권한은 거국내각 총리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거국내각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대통령도 지난 4월26일 45개 중앙언론사의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오찬 간담회 당시 여야 연립정부에 대해 "서로 정책이나 생각이나 가치관이 엄청 다른데, 막 섞이게 되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며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최순실 스캔들'에 따른 급격한 민심 이반으로 현 상태에선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겠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박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국내각 구성을 통해 야권이 국정에 참여토록 할 경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낮아져 역설적으로 여당의 정권재창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권한보다 책임이 큰 행정부의 특성상 야권이 참여한 거국내각이 대선 전까지 불과 1년1개월여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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