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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국정 자료들을 사전 검토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를 했음에도 추가 의혹들이 불거지며 파문이 가라앉지 않음에 따라 청와대가 참모진 자진사퇴 등 후속 수습책을 고민하고 있다.
◇"검찰 수사 지켜보자"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국정 자료 유출 사태와 관련, "(거취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며 "취임 첫날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단 생각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고심해보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직후 이 실장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에서 참모진 사퇴 등을 통해 사태의 책임을 지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참모진 사퇴 방안을 받아들일 지 여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사과에서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연설문 유출에 연루된 참모진에 대해선 문책성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 청와대 인적쇄신 등 후속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함구했다. 여당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전날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 최씨가 공직 인사와 박 대통령의 의상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들이 추가로 보도된 것과 관련해선 "의혹들 하나 하나에 대해 다 말씀드릴 순 없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청와대가 정치권의 특검 또는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 참모는 "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어차피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겠느냐"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조성 과정의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최씨의 자택으로 알려진 빌딩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무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 내 이승철 부회장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날 검찰은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를 확보, 청와대 관련 자료 등 파일들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자료 유출 행위의 위법성 여부와 관련, 청와대 참모는 "언론 보도 등을 보면 불법이 아닌 쪽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최씨에게 넘어간 자료들이 완성본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법 아닌 쪽으로 해석"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누구든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완성된 자료에 대해서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한 판례가 있어 최씨에게 넘어간 자료들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지 여부를 놓고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여지는 남아있다.
어떤 경우든 위법 행위로 결론이 날 경우 연설문 유출을 지시한 박 대통령에게도 형법상 교사 또는 공동정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박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퇴임 후에나 가능하다.
한편 여당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김용태 의원은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합의하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대통령이 당적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당시 국정운영에 있어 여권의 협조를 얻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당장 탈당 결정을 내릴 공산은 크지 않다. 설령 탈당을 고려하더라도 대선 직전까지 정권재창출을 위한 카드 가운데 하나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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