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배치문제로 인해 우리 사회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가 사드 배치장소의 결정을 너무 일방적으로 서둘렀다는 견해가 제기됐고, 전자파로 인한 주민의 건강위해와 환경침해 논란도 야기됐다. 사드 배치문제가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에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사드 배치가 한미상호방위조약 내의 행위인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공격형 전략무기 개발이 한반도와 주변 국가의 존립에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거론된 문제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시점에 이 문제와 관련된 국제적 역학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사드 배치가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였다면 이는 배치를 결정하기 전에 했어야 하는 문제다. 모든 문제를 떠나 사드 배치가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결과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를 위한 대책은 냉전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국회의 동의 문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단 주장은 사드 배치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조약 행위로 보는 시각에서 나왔다. 우리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에 대해 체결·비준을 하는 경우 국회가 동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 조항으로 인해 사드 배치도 국회의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사안으로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으로 보아야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더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가 국가안보에 관한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한·미 행정협정(SOFA) 내 정부 간의 합의로 가능하다면 차제에 국회가 협정의 개정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드 배치 결정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는 그 결정이 새로운 조약이나 협정인지 여부와 직결된다. 이 문제의 핵심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6·25 전쟁이 휴전한 후 우리나라의 방위를 위해 한미 간에 1953년 10월 체결됐다. 이 조약의 핵심적 내용은 당사국의 안전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할 경우 언제든지 양국이 협의하고, 미국은 그들의 육·해·공군을 한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한국은 이를 허락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조약에 따른 행위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비엔나협약에 따라 거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양국이 조약 자체를 파기할 목적이 아니라면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헌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본다면 사드 배치에 관한 결정은 국가 간의 새로운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다. 또한 사드 배치와 관련된 재정부담이 있다고 하지만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라 볼 수는 없다. 만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그 내용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양국이 상호 협의를 통해 새롭게 조약을 체결하든지 후속조치를 해야 할 문제이지 사드 배치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사드 배치 자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조치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