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에서 헌법은 대통령을 지배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헌법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또한 헌법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의 그 권한 역시 헌법이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드의 배치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부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헌법을 위반한다. 우리 헌법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이나 중대한 재정을 요하는 조약은 반드시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을 것을 명령한다. 사드의 배치는 새로운 무기 도입의 수준을 넘어 우리 공군기지를 미군에게 넘겨주며 그 부대비용을 우리의 혈세로 부담하게끔 한다.
그뿐 아니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사드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의 동북아 지역 군사전략을 변경하게 만들어 우리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의 적용에 관한 한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 사드 배치는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어떤 다른 말이 필요한가.
혹자는 사드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주둔지휘협정(SOFA)의 관련규정을 집행하는 것이기에 비준동의가 불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해석은 한미 간의 국제 관계에 들어맞을지는 몰라도, 우리 헌법의 해석으로는 전혀 가당치 않다.
한미 간에는 단순한 집행행위일지라도 그것이 우리 국내법의 맥락에서 새로운 상태를 발생시키거나 현재의 상태를 크게 바꿀 때에는 우리 헌법과의 연관 속에서 헌법합치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요컨대, 사드 배치가 국회의 비준동의 사항인가의 여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의 해석 문제가 아니라 우리 헌법 해석의 문제다.
사드 배치는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균형 상태를 바꾸어버린다는 점에서 헌법이 말하는 '안전보장'의 문제와 직결되며, 우리의 토지와 우리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헌법상의 '중대한 재정부담'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의 협정은 국회 비준동의권의 전형적인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게 주권국가의 본색에 어울리는 법리다.
실제 우리 정부는 이미 2002년과 2004년, 주한미군에게 토지를 제공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과 그것을 개정하는 협정, 그리고 용산기지이전(YRP) 협정 등에 대해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은 전례가 있다. 이 협정들은 주한미군의 일부 기지를 반환받고 '주한미군의 이전에 필요한 새로운 시설과 구역을 공여'하고자 하는 것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를 '집행'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이들을 우리 헌법규정에 맞추어 "정부가 비준하도록 헌법 제6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동의한다"라는 의결을 국회가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2004년의 LPP 개정협정의 경우에는 주한미군으로부터 7개의 기지를 반환받기만 하는, 별다른 부담 없는 협정임에도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았다. 주한미군의 위치변동은 그 자체로 우리의 안보문제와 직결되며 따라서 국회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행은 헌법적으로 너무도 정당하며, 지금까지 어떤 경우에도 부인되거나 달리 변경된 적도 없다.
사실 민주사회에서는 이런 이야기 모두가 구차할 따름이다. 사드배치와 같이 중차대한 사안이라면 헌법 규정이 어떻든 그 조약의 해석이 어떻든 일단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그 합의안을 송부하여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의 이해를 구하며 모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 이전의 정치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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