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 '불신'…"국회의원 직분이 뭔데"

19대 정기국회의 마지막날인 9일까지 여야 간 쟁점법안은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던 중 "2일 양당 원내대표 간 중요한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합의처리토록 합의한바 있다"며 "5~10분 교섭단체와 협의위해 정회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짧은 정회 시간 동안 마지막 접점을 찾아보겠다는 시도였다. 정회시간이 20분을 넘어섰지만 결국 기대했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19대 정기국회는 마무리됐다.

여당은 2일 협상에서 '합의 처리'를 명시했던 만큼 이날 안에 서비스발전법과 같은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등의 쟁점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원했다. 본회의에 앞서 황교안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정 의장과 김무성 대표를 차례로 만나며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합의 처리'에서 '합의'에 보다 의미를 부여하며 여당에 맞섰다. 합의가 없는 무조건적인 쟁점법안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정회가 된 직후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회장과 만나 쟁점 법안과 관련해 논의를 했다. 정 의장은 쟁점법안을 15일 임시국회에서라도 처리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의 이 원내대표는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회동 직후 원유철 원내대표는 "정말 민생법안인데 합의처리하기로 한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테러 위협 때문에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가) 테러 청정지역도 아닌데 야당은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쓸만한 제안이 전혀 없는데 아무 의미가 없고 방법이 없다"며 "우선 합의처리하기로 했던 세월호특별법이랑 국회법을 (내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혀 원 원내대표와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정 의장은 빈손으로 본회의장에 돌아와 본회의를 속개했다. 하지만 그사이 의원들이 자리를 대거 비우며 의결 정족수 8명이 모자라 회의가 원활하게 속개되지 못했다. 특히 야당쪽 의원들의 빈자리가 많이 보이자 일부 여당 의원들이 야당쪽을 향해 "의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건가"라고 비난을 던지기도 했다.

정 의장은 본회의가 속개되지 못한 시간에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윽박지르고 막말하고 비난하면서 정기국회를 넘기게 됐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예산을 법정시한에 맞춰 무사히 처리했지만 우리 마음은 가볍지 않다"며 "정치를 본 국민들의 눈도 따뜻하지 않다"고 개탄했다.

이어 "정기국회 마치는 이 순간까지 주요 쟁점법안이 합의가 안됐다. 결국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15일까지는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함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숙제를 안고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 정당과 정파, 선거를 넘어 국민의 대표로 활동하는 모습을 남은 기간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후 의결정족수가 간신히 채워지며 본회의는 진행됐고, 마지막 117번째 법안인 '일제 불법 반출 문화재 이천 오층석탑 반환촉구 결의안'까지 무쟁점 법안이 모두 처리됐다.

쟁점법안 처리에 실패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찜찜하다. 국회의원 직분이 뭔데"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정 의장이 주문한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선거법인데 해야 한다. 안 하면 일대 혼란이 생긴다"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별다른 언급 없이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대해 "준비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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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 '불신'…"국회의원 직분이 뭔데"

[the300] 정의화 중재안에도 여야 합의 실패…김무성 "찜찜하다"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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