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수집가에게서 배우는 현대차의 러시아 전략

[the300]에르미타쥐에 즐비한 모네·고갱…환율고민, '선점' 기회로

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현대자동차 겟츠(한국명 클릭)가 달리고 있다.직접촬영/머니투데이
러시아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요즘 고민이 깊다. 루블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자동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 1루블에 약 30원하던 것이 20원선까지 떨어지더니 2일(현지시간)엔 18원을 기록했다. 같은 루블값으로 차를 팔아도 원화 환산금액이 턱없이 줄어든다.

일부 가격을 올리긴 했다지만 자동차 1대 팔 때마다 판매가의 10%, 많게는 30%까지 손해를 본다. 현대차뿐 아니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제조기업들은 원가를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도 루블 약세에 따른 손해를 벌충하기 쉽지 않다. 현지 기업인은 "환율이 이렇게 무서운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들은 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쥐(Hermitage)를 찾았다.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이곳 구관(겨울궁전)과 마주보는 신관 건물엔 인상파 거장 모네의 작품 수십 점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모네뿐 아니라 마티스, 고갱 등의 작품이 즐비했다. 
 
인상파 작품을 모아놓은 에르미타쥐 상설전시 공간의 이름은 '슈킨-모로조프 형제 기념 갤러리'였다.
세르게이 슈킨(1854~1936), 이반 모로조프(1871~1921)를 포함한 모로조프 형제는 러시아의 손꼽히는 미술 수집가다. 서유럽 미술사에선 변방에 불과했던 러시아에 이토록 프랑스 인상파 화가 작품이 많은 게 모두 이들 덕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쥐의 슈킨-모로조프 갤러리.직접 촬영/머니투데이

특히 주목되는 건 슈킨이다. 부유한 상인집안에서 태어난 슈킨은 인상파 화가들이 아직 명성을 얻기 전부터 그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가 모아놓은 인상파 작품의 현재 가치는 경매가로 수입억달러에 달한다.

현대차가 '21세기 슈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때 현대차의 '수집품'은 러시아 자동차시장이 될 것이다. 루블 약세때문에 힘든 건 다른 해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20%까지 높아져 있는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러시아 경제가 다시 호황을 맞고 루블가치가 뛰었을 때 그 점유율을 유지한다면 시장을 더 늘리고 그동안의 손해도 만회할 수 있다. 열매를 따기까지 인내하는 건 기업의 역량에 달렸다. 현대차쯤 되면 그 정도 저력은 있지 않을까.
물리적으로 모스크바-서울보다는 모스크바-평양 거리가 조금 더 가깝다. 한러 수교 25주년을 맞아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수교 기념행사들이 벌어졌지만 아직까지는 이 물리적 거리를 정치적 거리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거리감을 극복할 수 있는 건 마음을 얻는 일이다. 러시아는 지금 한국의 관심을 원한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주요 정치인에게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는 등 유무형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겠지만 우리가 러시아에 최대한 성의를 보여준다면 러시아의 마음 속에 한국의 점유율을 한 뼘 더 늘리게 된다. 이것이 가까운 장래 각종 기회와 가능성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러시아를 주목하는 기업인 정치인들도 한번쯤 에르미타쥐의 슈킨 콜렉션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슈킨이 당대에 '이상한 사람' 시선을 받아가며 수집한 예술품이 지금 인류 예술사의 핵심 장면을 차지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국회대변인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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