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vs비주류의 선택…혼돈의 야당

[the300](종합)재신임투표 강행-중진의원 대책 모색, "화합하라" 요구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9.11/뉴스1
야권의 계파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1일 재신임투표를 조기에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비주류가 강력 반발했다.

문 대표가 재신임에 성공하면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인사들의 탈당이나 신당 합류 등 원심력이 커진다. 반대로 문 대표가 재신임 받지 못해 사퇴하면 비주류측이 주장하는 '조기 전당대회'나 정세균 의원의 '연석회의' 주장이 힘을 받게 된다. 결과에 관계 없이 재신임 투표가 끝나면 야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문재인, '조기 실시' 배경은 =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 끝에 전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재신임 여부를 조사하자는 '투트랙' 카드를 제시했다.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13~15일 전당원 ARS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실시하고, 투표 결과는 16일 중앙위원회가 끝난 직후 발표한다.

앞서 문 대표의 재신임 방침에 비주류는 물론, 범주류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이에 문 대표는 당원투표든 국민여론조사든 어느 한 쪽이라도 불신임이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즉 중앙위원회의 혁신안(공천룰) 의결, 전당원 투표, 국민여론조사까지 3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

문 대표로선 '당원+여론조사' 방식에 비해 재신임받지 못할 가능성을 높이면서 스스로 리스크를 키운 셈이다. 여기엔 오는 16일 중앙위원회를 기점으로 재신임 투표를 마무리해서 당내 내홍을 오래 끌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호남 당원 숫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당심'에서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승부수를 던져 비주류의 반발을 해소하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 당 문제를 공개발언에서 언급하지 말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오영식 최고위원은 "16일 중앙위원회 개최와 대표 재신임에 대해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파열음을 냈다. 지도부가 문 대표의 들러리만 서는 것인지 심각한 자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비주류인 유승희 최고위원도 "조기 전대 등 방식에 대한 논의는 우선 혁신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이후에 최고위 혹은 넓혀진 공식 통로를 통해 모아서 하는게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 끝에 문 대표가 당원과 국민 어느 한 쪽이라도 불신임 결과가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 당직자는 "전당원 투표, 여론조사, 중앙위의 혁신안 타결 등 세가지 방식으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전 당원와 여론조사가 별개로 진행되다보니 비주류측에서 반발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반발했지만 文 재신임 절차 진행= 재신임 투표를 반대온 비주류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제 재신임 자체가 당헌·당규에 정한 것이 아니어서 비주류가 제도적·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문 대표가 투표 방식마저 최고위원들과 상의 없이 강행 발표했다고 반발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한반도 평화 안전보장특별위원장, 주승용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15.8.24/뉴스1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전당대회만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조기전대론을 고수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문재인의, 문재인에 의한, 문재인을 위한 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재신임 투표는 최소한 최고위원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굳이 재신임 절차를 강행하겠다면 정정당당하게 본인을 당대표로 선출한 유권자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요구한 것이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6일 중앙위 개최와 관련,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경쟁한 박지원 의원은 "중앙위 혁신안, 국민과 당원 어느 한쪽만 불신임해도 사퇴하겠다는 것은 결국 친문(친문재인)과 반문(반문재인)의 선택을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 관리위원회(위원장 신기남)를 구성해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재신임이 성공하면 문 대표의 정치기반이 강해질 수 있지만 이 경우 비주류의 반발이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문 대표가 돌파를 시도할수록 비주류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내 파열음이 급속히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날 등장한 중재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석현 국회부의장(5선) 주도로 문희상·원혜영·김성곤 의원을 포함, 3선 이상 중진들이 급히 모여 대책을 모색했다.

정세균 의원은 재신임 방법에 대해 "반문(반문재인)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하고 받아들여야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 선출된 당 대표를 툭하면 흠집내고 물러나라고 하는 게 잘못이라는 건 일관된 생각"이라며 비주류의 '조기전대론'에 선을 그었다.

김부겸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문재인만으로 총선승리가 불가능하지만 문재인을 배제한 총선승리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문 대표를 향해 "재신임 카드를 내려놓고 화합을 요청하라"며 "당 지도부와 함께 국민의견을 더 경청하고 천정배와 정동영도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어차피 재신임 투표가 진행된다면 논란을 빨리 끝내는 게 좋다고 말해 비주류 측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전 최고위원은 "재신임 카드가 나온 이상, 방법과 의미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짧을 수록 좋다"며 "결론도 못 내리는 소모적 논란은 당에 더 해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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