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사무총장 폐지'…野 혁신안 놓고 내홍 극심

[the300]김상곤 "계파갈등 해소 위한 것"…'비노' 주승용 "해경해체식 혁신"

배소진 기자 | 입력 : 2015.07.12 17:05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7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3차 혁신안에는 당의 하부구조인 '당원 강화'를 위해 당원제도 혁신, 상향식 선출제, 당무감사원 설립, 당원소환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사진=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을 놓고 당내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혁신위가 계파갈등 해소를 위해 '최고위 폐지' 등을 담은 혁신안이 수용돼야 한다며 설득에 나선 가운데 '비노'계는 혁신안에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은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혁신위·청년 혁신원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를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진 예들이 많다"며 "그것(계파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최고위 폐지"라고 강조했다. 혁신위가 3차에 걸쳐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적 의견에 반박한 것이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첫 번째 혁신안으로 외부위원이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8일에는 당 사무총장을 폐지하고 최고위원이 주도하는 현 지도부 체제를 내년 총선 이후 개편키로 하는 2차안을, 10일 선출직 당직자가 속한 지역의 당원들이 당직자의 소환을 요구하면 이를 투표에 붙일 수 있는 '당원소환제' 등의 방안을 담은 3차 혁신안을 잇따라 제안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최고위를 폐지해서 우리 당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당원과 계층, 세대. 지역의 대표들이 함께 지도부를 꾸리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혁신위가 당헌까지 개정할 권한이 없다'는 당내 일각의 반발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당헌에 의하면 중앙위에서 당헌을 개정할 수 있다. 당원의 의견과 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의견을 받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앙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도 혁신위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열린 김대중평화마라톤 대회에서 문 대표는 "(평가위 인선을) 내가 움켜쥐고 행사할 생각이 없다"며 "혁신위에 맡기는 것이 다들 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공론이 모아지면 못할 바 없다"고 밝혔다. 

당초 혁신위는 평가위 임명권을 당 대표에게 부여하기로 했으나 비노계의 반발에 최고위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는 것으로 수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직접 들은 말씀이 아니어서 이렇다 저렇다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최고위에서 잘 협의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또 당무위와 중앙위를 향해 "당이 처해있는 상황과 처지를 위원들께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당원의 의견을 모아서 혁신안을 받아들여 우리 당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혁신안 수용을 촉구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 주승용 의원(왼쪽)/사진=뉴스1


그러나 최고위원을 사퇴한 '비노'계 주승용 의원은 "혁신위가 '해경해체식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 의원은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당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전당대회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최근 발표된 혁신안은 계파패권정치 청산이 아니라 패권정치 강화로 귀결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혁신안에 대해 "집단지도체제인 최고위의 권한은 분산되고 사무총장직은 폐지하면서 당대표의 권한만 그대로 유지되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혁신위가 기본에 충실한 혁신이 아니라 '해경해체식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위와 사무총장을 계파정치의 온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당내 계파 패권정치에 대한 안이한 진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당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당헌이 바뀌는데 당원들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혁신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대의민주주의 기본원리가 배제되고 있어 안타깝다. 어느새 당 구성원들은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주 의원은 이어 "우리 당은 신당론과 분당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도부가 현명하게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며 "혁신안에 대한 전당원 토론과 민주적 절차에 의한 처리"를 주장하며 전당대회에서 의결할 것을 제안했다. 혁신안을 중앙위 의결로 처리하는 것은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입장이다.

한편 새정치연합의 혁신안은 오는 13일과 20일 개최되는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서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에 예정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혁신안의 통과를 위한 노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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