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와 가계부채 대책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다. 메르스 사태 초기 정부의 미흡했던 대응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경제 전반에 메르스 관련 많은 영향이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경편성을 포함해 '충분한'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대규모 추경 편성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더라도 우리 경제가 이미 상당부분 영향을 받은 만큼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포함한 적정수준의 경기보강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또 최 부총리는 "국가재정법 89조 1항에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요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돼 있는데 이 부분은 이제는 (개정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며 추경 요건 완화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이제는 사회적 재해가 피해가 더 크고 영향이 심대하게 미치는데, 자연재해에 한정할 필요가 있나 한다"며 "메르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구제역 등도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89조 1항은 추경 예산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입결손에 대해 최 부총리는 "작년보다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올해도 (어렵다)"며 "그러나 (올해 세수결손액이) 10조원까지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금리인하 등을 통해 경제활성화가 이뤄진다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좀 더 심각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기회복을 전제로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수출 주도로 경제를 끌어왔는데 현재 세계교역이 둔화돼 있고 엔화 약세 때문에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7월 수출경쟁력강화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낮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투자나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이를 검토하면서 경제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또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지막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황 총리는 "역학조사를 광범위하게 해서 확산을 막고 격리할 사람을 철저히 챙겼어야 하는데 신속하고 충분하게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에 대한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이개호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은 온 힘을 다해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즉답을 피했다.

메르스 사태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촉구에는 "(대국민 사과는) 대통령께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태가 빨리 끝나도록 한 뒤 미비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서 제도적인 장치들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황 총리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를 묻는 김상희 새정치민연합 의원의 질문에 "1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