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별 국회 운영, 대정부 질문 제도 개선 등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10대 국회 개혁안'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데는 기본 취지에는 여야가 공감하지만 세부 내용에는 이견이 있어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내용이 반영될지는 미지
수다.
국회운영위원회는 24일 법안소위를 열어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개혁자문위원회에서 마련한 10개 국회 운영 개선 방안이 담겼다.
여야 혁신위원회가 추진하는 개혁안이 공천 개혁 등 정치 제도 개선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방점이 맞춰진 반면 정 의장이 제안한 개혁안은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현행 190일 수준인 국회 개회 기간을 225일 이상으로 늘리는 연중 상시국회 운영안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안건처리는 각각 수요일과 목요일, 상임위 전체회의는 월, 화요일, 상임위 소위원회는 수, 목요일 오전에 개최토록 하는 의사일정 요일제 △상임위원회별 청문회 제도 활성화안 △교섭단체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쟁점 현안에 대한 본회의 발언제도 도입 △무쟁점 법안에 대한 신속처리제도 도입 △비효율성이 줄곧 제기된 대정부 질문제도 개선 등이다. 아울러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국회의 민원조사 요구권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른 관련 법안 신속 논의 시스템 도입 △법률 취지를 초월하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권' △국회의원 체포동의 개선안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의원들의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뤄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직접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운영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원내지도부 교체로 대폭 바뀌면서 개정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요일별로 의사일정을 정해놓을 경우 여야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일부 내용에 대한 우려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쪽에 힘을 실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 개선안도 야당쪽에서 정치적인 악용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선안은 현행 국회 보고 후 72시간 내 상정·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던 것을 국회의장이 기한 이후 첫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제도와 행정입법 시정요구권 등도 일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측은 다음달 3일까지로 예정된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까지는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처리가 늦어질수록 이런 저런 변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국회측 걱정이다. 개정안을 주도한 정 의장도 고삐를 죄고 있다. 전날은 국회의원 전원에게 이메일로 개정안의 상세 내용을 송부하고, 법안 처리에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빠듯한 의사일정이 부담이다. 여야는 다른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까지 거쳐서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가 여의치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월 국회를 넘기게 되면 특별히 회기를 연장하지 않는 한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다시 다루게 된다.
국회, 연 225일 회의 연다…'세계 최장 노동?'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 상을 구현하는 내용들이다.
개정안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3월과 5월에도 둘째주와 셋째주의 열흘 간 상임위를 열어서 법안을 심사하도록 했다. 연간 5000건 이상의 법률안을 이 회기 중에만 심사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국회법은 2월, 4월, 6월 임시회와 9~12월 정기회를 통해 연간 190일의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회법상 결산심사를 8월말까지 완료하도록 규정한 국회법에 맞춰 8월 임시회를 명문화하고 그 회기를 8월 16일부터 31일까지로 정했다.
국회개혁자문위원회 측은 이에 따라 연중 225일 이상 상임위와 본회의 활동기간이 확보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160일), 영국(146일), 프랑스(133일), 일본(211일)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일하는 날이 훨씬 많아지는 것이다.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에 신속처리제도를 도입하는 개정안도 마련된다. 상임위 내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합의 또는 의결로 무쟁점법안을 지정하면 상임위에 우선 상정해 심사하도록 한다. 무쟁점법안이 상임위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면 숙려기간 경과 후 바로 상정되고 심사보고서가 작서된다. 이를 의장에 제출하고 의장은 지체없이 본회의에 부의해 처리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여야 정쟁 때문에 쟁점이 없는 법안까지 처리가 지연되는 일을 막아 국회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회가 쟁점 법안을 좀더 심도있게 논의하는데 주력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편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처리 기한이 경과해도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현재 국회는 국회의원 체포동의를 요청받으면 본회의 개최 시 이를 보고하고 보고한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72시간이 지나면 미처리로 체포동의안이 불발된다. 19대 국회에서는 9건 중 3건이 기관 경과로 미처리돼 제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체포동의안 처리기한이 경과돼도 국회의장이 처리기한 이후 첫 회의에 상정하도록 의무화했다.
국회개혁자문위원회 측은 "처리기한이 경과해도 체포동의안을 상정하도록 해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 요일별 정례화…'무더기 법 통과' 없앤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 운영 상 소모적인 의사 관행을 개선하고 의정활동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해 국회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의사일정 요일제를 도입해 요일별로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의정활동을 정했다. 현재에는 국회 회기가 열릴 때마다 교섭단체 대표 간 협의에 따라 의사 일정을 결정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의 경우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대정부질문을, 안건처리는 목요일 오후 2시에 이뤄지도록 했다. 상임위원회 활동은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전체회의에서 법안 등 안건을 상정하거나 업무보고를 하도록 하고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법률안 심사 등의 소위원회를 열도록 했다. 금요일에는 공청회나 청문회를 실시한다.
이처럼 상임위 일정이 정례화되면 한꺼번에 수십, 수백 건의 법안이 상정돼 부실 심사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법안 등에 대해 국회와 공조하는 정부부처가 불규칙한 국회 일정에 휘둘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해마다 '무용론'이 제기돼 온 대정부질문 제도도 간소화했다. 질문 시간을 현행 15분(답변 포함 25분)에서 12분(답변 포함 20문)으로 단축하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로 한정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법안 심사 일정이 촉박한 임시회에선 매주 수요일마다 정치, 통일·외교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등 1개의 의제에 대해 대정부질문을 실시하도록 했다.
긴급현안발언제도는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특정 쟁점현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신설됐다. 여야 간 입장 차이와 의사일정 미합의로 국회가 장기간 공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의원 20인 이상이 긴급현안발언제도 개최를 요구하면 국회의장이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해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발언의원 수를 정하고 1인당 7분간 발언할 수 있도록 한다. 단 의제 외 발언은 의장이 중단시킬 수 있다.
국회개혁자문위원회 측은 이 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각 정당이 제시한 정책을 더욱 쉽게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에 행정입법 시정요구권 부여"…국회법 개정안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 입법 기능을 강화하고 잠자고 있는 각종 제도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행정부가 시행령 등을 통해 법의 취지를 벗어난 행정입법을 남발하는 것을 국회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대거 마련했다.
국회의 행정입법 시정요구권을 도입하는 한편 상임위원회 내 법안심사소위에 행정입법 검토 업무를 부여했다. 행정입법 검토 대상에는 대통령령과 총리령, 부령 외에 규제개혁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한 규제 관련 고시 등도 포함했다. 이와 함께 국회 법제실이 행정기관의 시행령 검토 업무를 담당해 국회가 행정입법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법률 제개정과 관련있으면 이를 국회에 송부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고 상임위원회 심사 절차를 신설했다. 세부적으로는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주요 사항을 보고받은 후 대체토론을 거쳐 법안소위에 회부해 심사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법제실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도록 법제실에 검토 의뢰 규정을 신설했다.
활용 실적이 저조한 일반 청문회 제도를 중요 안건의 심사 뿐 아니라 상임위원회 소관 현안 조사에도 실시할 수 있도록 청문회 개념을 보완했다. 현재 청문회는 중요 안건 심사를 위한 일반 청문회와 입법 청문회, 국정조사 청문회로 구분된다. 그러나 일반 청문회는 지난 18대 국회의 경우 총 6건에 그쳤고 19대 국회에서도 현재까지 6건에 머물고 있다.
일반 청문회를 활성화하면 위원회 차원의 현안 조사와 수시 감독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국회 민원 처리를 위한 옴부즈만 제도도 마련했다. 민원조사권이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소관위원회가 민원조사를 요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는 그 조사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현재 국회는 민원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민원 처리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18대 국회에서 청원심사소위원회는 총 22회 열렸으며 272건의 청원 중에 74.6%인 203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본회의에 채택된 것은 3건(1.1%)에 불과하다.
옴부즈만 제도로 국회의 민원 처리 실효성을 높여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다는 취지다.
10대 개혁안에 포함안된 자문위 국회 개혁안은
국회운영위원회가 24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10대 개혁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심사를 시작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구성된 국회개혁자문위원회의 결과보고서 제안 중 여야의 이견이 적고 국회법 개정과 관련된 내용 10개를 우선 반연한 것이다.
이번에 반영된 10개 개혁안 외에도 추후에 추가로 진행될 자문위의 제안들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자문위 개혁안에는 우선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 개선건이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본회의에 불참하는 경우 감액하는 수당의 금액을 상향하고, 청가계·결석계 제출 사유를 제한해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청가계·결석계를 제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자료제출요구권을 강화하고 사후점검 및 평가를 강화해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도 들어있다. 다른 법률에 근거해 자료제출을 거부해 내실있는 감사가 어렵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자료제출요구권을 강화·보완하고 국정감사 시정요구 처리결과에 대해 재시정요구 및 징계·변상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연중 심사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도 있다. 예결위는 국회법에 따라 상설화돼 있지만 임시국회에서 예결위 활동은 활성화돼 있지 않다. 이에 지난해 6월 여야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회기에도 2회 이상 예결위를 개최해 준상임위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중기사업계획서를 국회에 보고하고, 분기별 예산배정 계획 및 수시배정사업 내역을 국회에 제출토록 하며, 예산안 편성지침을 제출할 때 부처별 지출한도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 예산안 제출 전 국회에서 경제·재정 전반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자문위의 제안이다.
의원외교 활동을 개선하기 위해 외교활동 결과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해당 국회의원이 직접 작성하게 하고, 현안위주의 공식일정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도 제안했다.
국가미래전략 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안됐다. 여야의 정책위의장, 정책조정위원장 위원회를 구성해 정치적 책임성을 중시하는 국회를 중심으로 국가아젠다는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국정감사에서 중복적인 자료 요구를 줄일 수 있도록 국정감사 자료활용시스템을 개선하는 내용도 자문위 제안에 포함돼 있다. 피감기관의 설명 자료 및 의원 요구자료를 최소한 국감 실시 2주전까지 사전 등록토록 해 전 의원실에서 등록자료를 먼저 검토한 후 필요한 자료만 선별적으로 추가 요구토록 하자는 안이다.
이 밖에도 자문위는 △예결산 심사 과정에 국민참여제도 도입 △의정교육 기능 강화 방안 △정치 페스티벌 개최 방안 등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