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대한적십자사 대상 국정감사는 김성주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적십자사의 정책 검증 보다는 지난 23일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김성주 총재에 대한 질타와 자질 검증이 이어졌다.

김 총재는 '보은인사', '국회 무시' 등의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연신 '죄송하다', '사과드린다', '시정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국감 시작부터 김 총재에 대한 국감 불출석 관련 사과 요구가 쏟아졌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를 무시하고 정해진 국감 일정에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해 국회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춘진 복지위원장은 "일어서서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해 주시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말했다.

적십자사에 대한 국감은 당초 23일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16일 취임한 김 총재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중국으로 떠나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복지위는 김 총재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고 이날 적십자사에 대한 국감을 따로 진행하게 됐다.

김 총재는 "기업인으로 살다가 짧은 생각과 불찰로 판단을 잘못했다"며 "이 일로 인해 큰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데 대해 국민 여러분과 국회에 사과하고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사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고 평가했고, 같은 당 김제식 의원은 "용기있는 사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들의 여러 지적이 있었지만 에너지 넘치고 헌신의 뜻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재에 대한 자격 논란은 계속됐다. 최동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 총재의 국감 불출석을 '국감 뺑소니'로 몰아세웠다. 최 의원은 "언론에서 (김 총재의 행동을) 국감 뺑소니라고 하는데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김 총재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뺑소니 국감 맞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와 동명이인인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 총재 취임 후 열린 8일 첫 간부회의에서 성주그룹의 감사가 이 자리에 배석하도록 하고 이 감사와 자문 변호사가 총재 비서실에 상주하면서 적십자 조직, 인사, 사업 관련 내부자료를 광범위 하게 요구·열람하고 있다"며 "적십자사는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성주그룹이 적십자사를 인수하기라도 했느냐"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다시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며 "기업의 효율성을 (적십자사에) 가져오고자 저를 위해 분석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총재의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총재는 2000년대 초반 한 교회 강연에서 일본의 식민지배를 우리만의 문제로 표현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 대사관 앞 시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중국과 인도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게 문제였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중국과 인도에 대해 가난하게 사는 것을 불결하고 무질서하다고 표현하는 등 국제적십자사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총재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당인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도 "이 밭은 발언이 김 총재의 의중과는 다르게 전달된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명확한 설명을 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젊었을 때 과격한 발언이 있었다"며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