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생활 복지와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2014년도 국정감사가 27일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감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치아 건강의 기본인 치약에 대한 유해성분 관리 강화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핵심 이슈는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불출석으로 종합감사 이후에 개별 기관의 감사가 따로 열리는 기이한 형태의 국감 선례도 남겼다.  

◇얻은 것:"치약 주요 성분 뭘까"…복지부, 싼얼병원 사태 사과

올해 복지위 국감의 최대 이슈는 유해성분이 포함된 치약 유통 논란이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가 난 2050개의 치약 중 유방암이나 고환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파라벤'·'트리클로산' 함유 치약이 1368개라고 밝혔다.

'파라벤'은 방부제의 일종으로 몸에 한 번 흡수되면 배출되지 않고 혈류에 누적, 유방암과 고환함을 유발할 수 있다. '트리클로산'은 살균살충 효과가 있는 화학물질로 수돗물에 들어있는 염소를 만나면 발암물질로 변한다.

치약과 같은 의약외품은 주요 성분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치약에 어떤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었다. 치약에 대한 유해성분 기준을 마련하고 성분 표기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형성을 이끌었다.

아울러 복지위는 국감을 통해 최초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중국계 '싼얼병원'의 제주도 설립 무산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펼치던 복지부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복지부는 8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9월 중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싼얼병원'의 승인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했었다. 해당 내용은 청와대까지 보고돼 전국민을 대상으로 발표가 됐다. 하지만 싼얼병원의 모회사가 부도상태고 대표는 사기혐의로 구속된 것이 확인되면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설립 승인이 취소됐다.

이에 대해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매끄럽게 추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계속 되는 사과 요구에 "오해를 하게 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싼얼병원 사태와 관련해 복지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은 사실도 국감을 통해 확인됐다.

◇종감 이후 열린 '기이한' 적십자사 국감…핵심 이슈 '흐지부지'

올해 복지위 국감은 성과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피감기관 국감을 종합감사 이후 열게 되는 기형적인 국감 일정 선례를 남기게 됐다. 23일로 예정됐던 적십자사에 대한 국감이 김성주 총재의 불출석으로 27일로 연기, 24일 종합감사 이후 기관 감사가 다시 열리게 된 것.

복지위가 23일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김 총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김총재가 사과함으로써 체면은 지켰지만 피감기관 증인이 해당 상임위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출석 하게 되는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이와 함께 의료영리화 논란을 부추긴 '병원의 영리부대사업 허용 문제', '담뱃세 인상', '부양의무자 기준' 등 보건·복지 관련 최대 이슈에 대한 논의도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 복지부로부터 부양의무자 제도 실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 유일한 성과다.

특히, 의료영리화 논란의 경우 의료법인도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은 이미 개정이 돼 시행에 들어간 상황이다. 의료법인의 사회사 허용 범위는 시행규칙이 아닌 법률에 의해 제한을 둬야 한다는 야당과 정부·여당이 강하게 부딪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국감에선 큰 이슈를 양산하지 못했다.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이 야당의 강력한 카드인만큼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검코…"에볼라 치료제 공급계약 추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과 복지부의 복수 차관제 도입 필요성도 올해 복지위 국감에서 주요하게 거론됐다.

남윤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은 "복지부가 건보료 부과체계를 제대로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으며,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복지부의 보건의료 업무와 복지 업무는 각각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복지부의 복수차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4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공단의 최근 3년간 평균 수익률이 6대 연기금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는 점과 에볼라바이러스(에볼라) 감염환자 발생에 대비해 정부가 치료제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도 국감에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