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하루 앞둔 5일에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한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추석 이후 정국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추석 연휴 이후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하자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이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난 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경제 관련법안을 분리 처리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 때마다 통상 진행하던 서울역 귀성인사 대신 인천시 연수구 대한적십자사 인천 사할린동포 복지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민생경제 관련 법안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기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처리해야 한다"며 "많은 국민들이 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를 외면한다면 국회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 119안전센터를 방문해 소방대원들을 격려한 뒤 기자들과 만나 "추석 연휴가 끝나면 야당 대표와 함께 진지하게 민생경제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사이의 물밑 협상과 관련해선 "일일이 협상과정은 말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걱정을 덜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세월호 때문에 더 이상 국가 경제와 민생 문제를 지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과 동시에 민생과 경제 문제도 소홀할 수 없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추석 (연휴) 끝에는 활발하게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 가장 중요한 민생법안이라며 특별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눈 딱 감고' 규제를 풀라고 했지만 진작에 풀어야 할 것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꼬인 정국과 4년 넘게 이어온 5·24 조치"라고 밝혔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도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과 90여개의 일반법안을 함께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가 지혜를 모아 세월호 특별법과 90여건의 법안 처리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으나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고 계류 법안을 선별 처리한다는 뻔뻔한 주장을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반법을 세월호특별법에 앞서 처리하려는 새누리당의 방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추석 전 국민과 유가족의 간절한 소망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눈 딱 감고 속 시원히 해결하도록 세월호특별법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與, 15일 본회의 대기령…법안 단독 처리할까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15일 의원총회와 본회의 개의를 통지했다. 야권을 압박함과 동시에 '일 안하는 국회'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본회의 계류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9·15 본회의에서는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미처리 안건들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오니 의원님들께서는 해외출장중이라도 본회의 전에 귀국하시어 반드시 전원 참석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본회의를 열고 새누리당 의원 158명이 모두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에는 과반 의결로 본회의 계류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다. 국회 선진화법은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에 대한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본회의에 이미 부의된 법안은 의장이 상정을 할 수 있기 때문.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국회 의사일정은 여야가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기본"이라며 "야당과는 단 한마디 협의도 없이 거대 여당이 단독 국회를 열어서 법안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말했듯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세월호진실규명특별법에 대해 새누리당이 어떤 입장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며 "15일 본회의를 열어 일반 법안을 처리하려면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한 새누리당 전향적 입장을 밝혀주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