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아이돌보미 사업 예산이 모자란다고 42억원이나 더 편성해 달라 요청했으면서 85억원이 안 쓰인(불용된) 이유가 뭐죠?"-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시정하겠습니다"-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 1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서 열린 2013년 여성가족부 결산 심사 현장. 여가부에서 쓰인 예산 중 불용액에 대해 오간 질의응답이다. 어떻게 시정할지, 다음해 예산에는 이 같은 내용들을 어떻게 수정해서 반영할 지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
문제 지적과 간단한 사과는 결산 심사 과정에서 매년 반복되는 '연례 행사'일뿐, 시정 조치는 다음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비단 여가위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 결산심사는 각 부처가 한 해 동안 어떻게 돈을 썼는 지 평가하는 자리다. 낭비성 예산이나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예산을 지적하고 이를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결산은 예산편성만큼 꼼꼼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의원들도 '대충대충' 결산에 대해 인정한다. 결산 준비와 심사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여가부 결산 심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겨우 일주일이었다"며 "방대한 부처 관련 자료를 소화해서 문제점을 집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다보니 결산 심사는 사실상 '행정적 통과의례'로 전락했다. 박기춘 국토교통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일 국회의장이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10일까지 3일 안에 위원회 별 결산을 마무리 하라는 내용이었다"며 "이에 항의해 결산 마무리를 15일까지로 연기하긴 했지만 이것도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결산이 통과의례처럼 지나가면, 결국 정부안대로 결산안이 확정된다"며 "다수당이 의지를 가지고 정부 결산 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시간이 모자라 결산에 소홀한 것만은 아니다. 의원들이 예산편성보다 결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도 문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이 예산편성 과정에서는 지역 예산을 1억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쓰지만 결산은 이미 쓴 예산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자리어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실 관계자도 "지출된 예산에 대해 평가하더라도 예산 씀씀이에 크게 위법성이 발견되지 않는 한 관계 부처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며 "예산편성은 의원들의 정치력에 도움이 되지만 결산은 그 파급력이 약하다보니 에너지를 덜 쏟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산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윤영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부처 회계 자료가 세부항목 별로 다 나오고 있는데도 결산과정에서는 단순히 예산불용 여부만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윤교수는 이어 "예산 예측이 잘못된 부분에 대한 정책적 오류를 세부 사업별로 찾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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