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방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지명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개각 등의 인적쇄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 주 초 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중순 전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여당의 패배가 예상됐던 선거였다. 하지만 민심은 여야 어느 한 곳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집권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박 대통령으로선 국정운영의 리더십을 회복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 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어느 정도 살렸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이런 결과를 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5일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한 이번 선거결과는 그 자체가 국민의 소중한 민의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표 한 표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선거와는 일정 거리를 뒀고,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공식 논평은 없다"고 극도로 언급을 자제하다 뒤늦게 나온 반응이다.

하지만 세월호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드러낼 수 없을 뿐이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나름 선전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국민이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것"(청와대 관계자)이라는 말처럼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선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경제 활력 회복을 비롯한 국정개혁 과제 전반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개혁이 추동력을 얻기 위해선 붕괴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지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온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서울에서의 참패와 충청도에서의 전멸, 전통적 텃밭인 부산에선 지지층이 이탈로 무소속 후보가 절반가량의 득표를 올렸다.

출발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총리 인선과 과감한 인적쇄신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전'에 도취돼 안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청와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선거 전 심각하게 위기의식을 느낀 박 대통령이 백지상태에서 정부 내 인선의 틀을 짜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따라 인적쇄신의 폭을 재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보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가 개혁의 적임자로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며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낙마 후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초에는 총리지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무중이지만, 법조인이나 관료 출신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제시한 기준에 비쳐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고, 여권에선 최경환, 이인제 의원,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조순형 전 의원, 조무제·김영란 전 대법관 등의 이름이 여전히 오르내린다.

총리 임명제청이나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닌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개각과 맞물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박 대통령이 속도감 있는 국정과제 추진을 강조했다. 개각보다 선행되면 중순 쯤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청와대 내 분위기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분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무·민정 등 핵심 수석들의 교체 가능성도 언급된다. 세월호 참사 관련 부처는 물론 경제팀 교체 등 적어도 중폭 이상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