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기조를 진두지휘했던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로 축소돼 문패를 바꿔달게 된다. 세월호 참사 수습을 제대로 못한 책임 추궁을 당해 조직이 사실상 해체되는 '처' 수준으로 전락될 위기에 처했다 가까스로 '부'의 명맥을 잇게 됐다.

당초 청와대는 안행부의 핵심 안전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공무원의 채용과 배치 등의 인사 기능과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의 조직신설과 관리, 직제 및 정원관리 등의 조직 기능은 신설되는 총리실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넘기려 했다. 안행부는 행정자치 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문패에서 '안전'을 뺀 채 '조직' 기능은 존치키로 했다. 인사 업무는 기존처럼 행정혁신처로 넘기되 이름을 인사혁신처로 최종 정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담화에서 밝혔던 정부조직 개편 방향을 8일 만에 수정한 것으로, '정부 3.0' 추진을 두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정부 3.0'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공공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자는 것으로 박근혜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 때부터 '정부 3.0'을 '조직' 기능에 포함시킬 것인지, 떼 낼 것인지 쉽게 결론 내기가 힘들었다"며 "그 부분은 담화문 이후로 미뤄 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수석은 "최초 정리된 것은 안행부는 인사와 조직기능을 행정혁신처로 이관하더라도 장관급으로 남기는 것과 17개 시도와의 관계나 경찰청 외청과의 관계를 감안해 장관급을 유지시킨다는 것, 행정혁신처는 차관급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는 부분이 있는데 오히려 기구가 커진다는 것은 감당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아울러 "그런 면에서 행정혁신처는 인사조직으로 가는데 조직에서 정부 3.0을 포함시키는 경우 전자정부가 들어올 수밖에 없고 그 경우 과연 차관급 혁신처장이 장관급 부처의 3.0을 제대로 구현하겠느냐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히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3.0과 조직을 안행부에 남기는 게, 특히 정부 3.0은 지자체에도 상당히 중요한 것이어서 안행부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그 부분을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서를 올렸고 대통령도 상당한 공감을 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정부조직을 대폭 손질하면 2기 박근혜 정부조직은 17부3처18청에서 17부5처16청으로 확대된다. 교육부장관이 부총리로 급이 올라가고,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각각 장관급과 차관급으로 신설된다. 해양경찰의 해체로 청장 자리가 없어지고, 안행부 차관도 2명에서 1명으로 축소된다. 결국 장관 한명이 늘고 차관 한 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참여정부의 조직이 오버랩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출범과 함께 해양수산부가 부활됐고, 교육(사회·문화) 부총리가 신설됐다.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부로 이름이 바뀌었고, 총리 직속 인사혁신처에서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가 떠오른다는 거다. 물론 교육사회문화 부총리의 권한이 막강해졌고, 중앙인사위가 1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 인사까지 담당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박근혜정부에서의 고위직 인사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 소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