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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수습으로 이것이 최우선적인 일"이라며 사표 수리는 사고 수습 이후로 미뤘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당분간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이끄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그간 청와대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각설과 관련, "지금은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울 상황으로 사고 수습에 전략할 때"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과 큰 차이가 없고, 정 총리의 사퇴 역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이번 참사 과정에서 정부의 부실한 위기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며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던 터라 내각을 이끌고 있는 정 총리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탓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부담스러웠다.

사퇴 시점은 다분히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사고 수습이 우선'이란 입장이었고,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총리가 사퇴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로 비쳐질 우려가 있었다. 당장 야권은 "비겁한 책임 회피"라고 강력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의 표명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정 총리 간 "말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사전 교감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고 수습 후 사표 수리' 방침을 밝혔다. 일단 정 총리 사퇴 카드로 성난 민심을 달래고,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총공세를 예고한 야권에 선제적 대응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선 수습 후 개각'에서 '총리 사퇴 후 수습과 개각 병행'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함구했지만, 정 총리의 사표수리 방침이 정해진 만큼 개각은 불가피해졌다. 6·4 지방선거가 목전이고, 이번 참사가 관재(官災)라는 비판이 거센 만큼 공직사회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반드시 경질해야 할 각료들 명단까지 제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기와 폭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말에서 사고 수습 후 단행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졌다. 문제는 사고 수습 기준과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느냐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고민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총리를 지방선거 전 교체하고 다른 각료들이 총사퇴 의사를 밝힌 뒤 선거 후 선별적 사표 수리 등 개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의 야당 공격 등 지방선거 전 개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 후보자의 치명적 흠결 등이 나오면 성남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인적쇄신이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청와대 관계자)는 말처럼 이후 무사안일과 복지부동한 공직사회를 근본으로 개혁하며 새 출발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선거 전이라도 이번 사고에 책임 있는 각료들의 교체를 주장하고 있고, 정 총리 사퇴 카드로 성난 민심이 수그러들지도 미지수다. 향후 민심의 동향에 따라 개각의 시기와 폭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의미다.

개각이 이뤄지면 정 총리와 함께 사건 초기 대응과 이후 구조·수습 과정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거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물론 그간 여러 차례 경질론에 휘말렸던 일부 장관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거론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도 거명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인 부총리마저 교체하는데 따른 부담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사과 시점을 놓고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