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박7일간의 네덜란드·독일 순방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뒤 주말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핵 불용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 및 이를 토대로 한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계 주요 정상들이 모인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공조 강화를 천명한 데 이어 통일과정의 경험을 공유한 독일을 방문해 '한반도 통일'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통일 대박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북핵 폐기→한반도 통일' 프레임을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당장 이번 독일 국빈방한 중 밝힌 '드레스덴 선언'을 구체화하는 실무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 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 폭을 대폭 넓히겠다는 것으로, 거창한 구호보다는 이행 가능한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는 천안함 폭침으로 경제협력과 인적교류를 금지한 5·24조치를 대폭 완화 또는 폐지해야만 실현이 가능한 만큼, 기존 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기조 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우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통일준비 컨트롤타워로서 본격적인 진용을 갖출 전망이다. 현재 통일준비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직접 통일준비위원장을 맡고 다음달 중 출범한다는 계획만 나왔을 뿐이다.

산하 분과위는 민간위원과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전문위원들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에서 언급한대로 크게 인도적 지원·남북경협·동질성회복을 위한 민간교류확대 등으로 나눠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박 대통령이 이번 드레스덴 선언에서 북한에 제안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구체화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남북교류협력사무소와 관련,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현재 남북한 간에는 언어와 문화, 생활양식마저 달라지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의 사업,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 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북교류협력사무소는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것으로, 기존 연락사무소·상주대표부와 같은 '국가대 국가'의 외교적 개념보다는 현장성·실무적 차원의 남북교류를 강조하고 있다. 통일에 앞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통합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구상이 남북관계에서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남북관계 특수성상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틀 뒤인 30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측의 정확한 의도를 북한에 설명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접촉 개최를 제안하고, 고위급 접촉을 통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에서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한-독 경제인 간담회 등을 통해 독일 '히든챔피언'과의 교류 확대, 직업훈련 및 산학연 협력시스템 노하우 습득 등 실질적인 경제협력 성과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