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통일한국'의 모습을 전쟁의 공포와 핵무기가 사라지고, 국제사회에 기여하며 동아시아와 세계경제에 이바지하는 나라라는 점을 대내외에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선 하나의 영토와 체제를 넘어 남북 주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군사적 대결의 장벽 △불신의 장벽 △사회 문화적 장벽 △북한에 조성된 단절과 고립의 장벽 등이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통일은 이를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거다.

△이산가족 등 남·북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위한 3대 제안' 즉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한 교류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골자는 남북 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 폭을 대폭 넓히겠다는 것인데, 청와대 관계자는 "거창한 구호를 제시하기보다 그간 발전시켜 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초 위에서 구체적으로 이행 가능한 한반도 통일의 실용적인 계획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천안함 폭침으로 경제협력과 인적교류를 금지한 5·24조치를 대폭 완화 또는 폐지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기존 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기조 전환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남북 주민 행복 위한 교류협력= 남북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살아온 만큼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동질성 회복이 필요한데, 출발점을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로 삼았다.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접촉을 점차 넓혀나가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발굴하면 문화·정서적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통일의 미래세대인 북한 어린이들의 성장과 교육 지원은 한반도의 통일 미래를 열어 가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한 세부실천 방안으로 △UN과 함께 모자패키지(1000days) 추진 △역사·문화예술·스포츠 교류 장려 △경제운용·금융, 조세 관리 교육 △미래세대 교육프로그램 공동개발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벤트 아닌 상호 호혜적인 교류협력= 기존의 일회적이고 일방적인 물자지원 방식을 탈피하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남북한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북한지역에 '복합농촌단지' 조성을 제안하면서 "씨뿌리기에서부터 추수까지 전 과정에서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그 수확물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간에 신뢰가 쌓여감에 따라 앞으로 보다 큰 규모의 경제협력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한국이 북한에 교통·통신 등의 인프라를 설치하는 대신 북한의 자원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 "한국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자원·노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며,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사회와 함께하는 교류협력= 한반도 통일은 주변국에도 '통일 대박'이라고 강조했던 박 대통령은 "한국은 주변국과 조화롭고,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으며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통일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설에서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북한 지역 개발 등을 주변국, 국제기구 및 NGO 단체들과 함께 해나가겠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래야 통일 한반도가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장이 됨과 동시에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유엔 등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추진,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의 가입을 지원하겠다는 동북아개발은행 등도 국제 사회의 협력이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6자회담에 복귀할 것도 거듭 촉구했고, 핵 포기 시 과감한 경제적 지원 의지도 재차 전달했다.

◇교류협력 장애물 '5·24조치'의 운명은?=5·24조치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한 교류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5·24조치의 대폭 완화 및 폐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대한 대응으로 5·24조치를 내려 현재 남북간 모든 경제·교류협력은 금지된 상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5·24 조치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즉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인정 및 사과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분단이 길어짐에 따라 민족적 이질감이 커지는 만큼 교류 협력과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5·24조치를 남북관계 상황 변화에 따라 점차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