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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4.3.20/뉴스1

의원입법이 '복지부동 공무원'과 함께 규제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치권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법률은 정부입법과 의원입법의 두 형태가 있는데 그 중 의원입법이 규제를 남발하고 있단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서 열린 7시간짜리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의원 입법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라며 "의원 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 개혁이 되고 만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21일 규제 성격의 의원입법시 사전에 규제평가를 받는 방안을 검토했다. 유일호 당 정책위의장, 안종범 부의장은 이날 삼청동 총리관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 참석했다. 정례회의라지만 대통령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강조한 규제개혁 방안이 화두가 됐다.

대표적인 게 때마침 당 국민경제혁신위원장을 맡은 이한구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이다. 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의원입법에 규제사전검토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만든 비용추계서를 의원입법안에 붙이도록 한 법안은 앞서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 의원 법안은 보다 강력한 조치다. 법안의 소요비용뿐 아니라 규제영향을 사전에 평가하지 않으면 제출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규제영향 사전평가, 與 달라진 분위기= 이는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가능하기에 야당의 동의가 필수다. 때문에 여당도 그동안 신중한 입장이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3일 "(규제사전평가서) 방안을 의원입법 단계부터 하자면 과도하다,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국회 운영위원회 논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새누리당이 급해졌다. 당은 끝장토론이 있던 날 국민경제혁신위 구성을 정식 의결했다. 혁신위는 내부에 규제개혁 분과를 두고 김광림 의원을 분과장에 앉혔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론 유일하게 20일 토론에 참여했다. 또 혁신위는 중견·중소기업 애로 해결에 집중해 온 정책위 산하의 손톱 밑 가시뽑기 특위(손가위)와 보조를 맞춘다.

조직 정비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날 토론을 계기로 규제냐 아니냐의 프레임은 여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는 21일 나란히 '규제'를 화두로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서울광장의 천안함 사진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잡한 규제를 통해 젊은이들 일자리를 뺏는 것은 죄악인데 담당 공무원들이 그것이 죄악인 걸 모른다"며 "기업인이나 소상공인들에게 규제 폐지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데, 장사꾼이 공무원을 이기기 힘들다. 이제 반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 아래 서울시에도 상당한 규제가 있다"며 "박 시장의 시정 하에 인허가 절차 지연을 초래하는 것 등 많은 규제가 있다"고 말했다.

◇野 "입법권 제약" 반발..논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는 대통령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통법부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손톱 밑 가시는 뽑아야 하지만 교차로 신호등까지 없애면 연일 대형참사가 발생할 것"이라며 "무차별 규제 없애기가 능사는 아니"라 꼬집었다.

그러자 새누리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회 곳곳의 과도한 규제 혁파를 위해서는 딴죽걸기, 힘빼기를 할 게 아니라 민·관·정이 힘을 모아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의원입법권은 침해할 수도 없고, 과도한 포퓰리즘 입법은 입법부 먼저 스스로 조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도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규제 사전검토가) 의원 입법권을 제약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섣부른 규제입법이 됐을 때 국민이 치를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