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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4.11.21/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가운데서도 국민의힘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 재판을 앞두고 돌발 변수로 등장한 당원게시판 논란에 발목 잡히면서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공방을 이어가면서 모처럼의 쇄신과 국면 전환의 기회를 놓치고 있단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24일, 더불어민주당의 장외집회를 '이 대표 방탄 집회'로 규정하고 공세를 이어갔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날(23일) 민주당이 진행한 네 번째 장외집회에 대해 "내일 있을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이재명 무죄 여론'을 확산시켜 보려는 속셈이었겠지만 시민들의 무관심은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민생을 챙기는 일에 집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민주당 내 최대 친명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내일 서초동에서 정치검찰 규탄집회를 연다고 예고했고 이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서울중앙지법 앞에 근조화환을 늘어놓았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던 지난 금요일 이재명 대표의 말과, 민주당의 실제 행동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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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앞 도로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4차 국민행동의 날'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당내에선 이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법정구속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징역 2년형을 예상한다"며 "죄질이 나쁜 데다, 위증 당사자(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가 '위증했다'고 드물게 인정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의원도 SNS(소셜미디어)에 "위증교사는 징역 2년 실형이 나올 것"이라며 범행 증거가 명백하고, 반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여당이 이 대표 공세엔 단일대오로 뭉치고 있지만 정작 속내는 복잡하다.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은 이 대표의 재판을 앞두고 당내 갈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와 맞물려 장기화되고 있다. 이 대표 위기란 호재를 살리지 못하고 당내 뿌리 깊은 계파갈등만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한계는 이 대표의 두 차례 1심 선고가 일단락되는 25일 이후 한 대표를 향한 친윤계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본다. 친한계 한 핵심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확실해지니 (친윤계가) 한동훈만 없으면 편해진다 생각하는 것"이라며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후엔 한 대표를 향한 공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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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왼쪽)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2024.11.21. /사진=뉴시스 /사진=조성봉

친한계는 한 대표 가족들이 쓴 글이 맞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최근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글 1068개를 전수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위 높은 욕설과 비방이 포함된 건 12건으로 모두 '한동훈'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로 파악됐다. 한동훈 명의 글은 총 161개였는데 한 대표 측은 이를 동명이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나머지 907개는 한 대표의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로 여기엔 대통령 부부 욕설·비방글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친윤계는 한 대표가 유독 이번 논란에 단호한 해명을 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날도 양측은 공방을 이어갔다. 친윤계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당원게시판 논란의) 해결은 간명하다. (한 대표가) '가족이다. 아니다. 가족이 아니라면 도용을 조치하겠다' (밝히면 된다.) 당 대표로서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당원게시판에 발목이 잡혀 쇄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지난 여름 전당대회 당시의 이른바 '읽씹' 논란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며 "외부 인사의 문제 제기→한동훈의 침묵→당내 논란 확산→한동훈의 최소 대응'이라는 패턴이 똑같다"고 짚었다. 이어 "읽씹이든 당원게시판이든 김옥균 프로젝트든 물불 가리지 않고 한동훈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일군의 집단이 실재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