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위기[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가결되고 있다. 2024.5.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다수결'. 무언가를 결정함에 있어 보다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쪽으로 의사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이 갈렸으나 토론 등의 절차로 만장일치를 이뤄낼 수 없을 때 이용하는 의사 결정 방식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다수결이 곧 민주주의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 중세 귀족들의 다수결로 무언가를 정했다는 역사적 증거가 밝혀졌다고 한들 그 시대에 민주주의가 발현됐다고 볼 수 없는 이치다. 나치 탄생도, 히틀러가 총통이 된 것도 독일 국민 다수가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성취를 다수결로만 쌓아 올릴 수 없다.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상황에서 토론과 타협의 전개를 거친 다수결도 '차선'일 뿐이다.

#"다수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제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들고나온 원칙이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가능하면 합의하되 소수가 몽니를 부리거나 부당하게 버틴다고 해서 거기 끌려다니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도 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대통령도 0.73%포인트(P) 차이로 승리해 모든 권력을 쥐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다수결은 의회 의사결정에 있어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의 가장 커다란 무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법대로'가 아니라 '힘대로'하자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토론과 타협의 전개를 거치지 않은 다수결은 과연 '차선'이라도 될 수 있을까.

#수적 우위를 앞세운 다수결이 정치를 좌우한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다. 정치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 권위나 무력이 개입하면 패권주의나 독재로 흐를 수 있다. 포퓰리즘이 다수결과 만나도 패권주의로 발현될 수 있다. 나치 히틀러도 다수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다수결에만 입각한 사고방식이 뿌리내린 조직에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렵다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다수결로 모든걸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논어 위령공편 27장에 따르면 공자도 "여러 사람들이 누군가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봐야 하고, 여러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고 했다.

#토론과 타협이 사라진 사회는 퇴행한다. 다수결의 가장 큰 맹점은 다수의견과 다른 합리적인 대안이 존재할 경우에 있다. 이 경우 다수결로 끌어낸 결과는 상처를 입는다. 다수결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비로소 '정치의 장'이 열릴 것이다. 더 합리적이고 우월한 대안이 있다면 그것이 소수의 의견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소수의견이 정당한지 여부다. 소수여당 국민의힘이 집중해야 할 지점이다. 그저 야당이 힘자랑하는 것이 밉다고 보이콧하거나 몽니를 부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국민의힘에게도 민주당의 것과는 다른 합리적인 대안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야당도 여당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합리적 토론과 타협의 절차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지향해야할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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