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현장서 교훈 찾는 '다크 투어리즘'…"과거사 재구성에 주목해야"

[the300]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다크투어리즘과 평화운동: 전쟁·분단의 역사와 기억'을 주제로 한 세션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제주포럼

'K팝'이 좋아 한국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의외의 관광지가 있다. 광주 5.18 묘역과 서울 서대문형무소, 제주 4.3평화공원이다.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의 기억이 담긴 공간이지만 한국이 좋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인의 정서와 삶을 간접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소위 '다크 투어리즘(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곳을 찾아가 체험하는 여행)'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로빈 웨스트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사회학과 교수는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다크투어리즘과 평화운동: 전쟁·분단의 역사와 기억'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다크투어리즘과 한류의 관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해당 세션은 제주특별자치도 중앙협력본부와 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했다.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세션에서는 제주 4·3과 비무장지대(DMZ) 등 한국의 아픈 역사가 서린 장소들을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역사적 비극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다크투어리즘이 평화 분위기 조성에 미치는 가능성과 한계를 논의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로빈 웨스트 교수는 제주도의 4·3평화공원과 광주 5.18공원은 단순히 과거의 잔혹한 역사를 선정적으로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과거사 정의와 기억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크투어리즘은 한국의 권위주의적 과거 시대상을 보여주며 관광객들의 공감을 얻거나 관광객들에게 사회 정의와 윤리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박영균 건국대학교대학원 통일인문학과 교수는 '다크투어리즘과 DMZ' 발표를 통해 DMZ(비무장지대)를 안보주의, 생태주의,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는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DMZ 근처 '파로호'나 '펀치볼(Punch Bowl)' 같은 냉전시대의 흔적이 남은 명칭 대신 본래의 이름인 '화천호' 혹은 '대붕호', '해안분지'라는 표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다크투어리즘이 특정한 관점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도록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잔디 제주다크투어 사무국장은 제주 다크투어가 평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흑백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대화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최근 다크투어리즘이 활성화된 원인이 '제도화된 기억' 혹은 '제도화된 장소'에 포박된 역사 기억을 다시금 문화적 상상력을 통해서 전유하고 현재성과 미래성을 담은 새로운 기억으로 만들어내려는 시도인지, 역사와 문화의 대화로서 다시금 제도권의 기억으로 편입시키는 것인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원태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은 "이번 논의가 다크투어리즘이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보는 의미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제주가 다크투어리스트들이 즐겨찾는 새로운 역사의 현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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