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로 돌아간 홍성국 의원 "소모적 투쟁 없애려면 개헌해야"

[the300] [MT리포트] 22대 국회, 대한민국을 부탁해⑤

편집자주21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월 총선을 통해 탄생한 22대 국회가 막을 올렸다. 정쟁에 빠져 민생과 개혁에는 손 놓은 지난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통령보다 먼저 나오는 국회. 제 역할을 하는 국회를 위해선 어떤 혁신이 필요할까.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치 현실에서 투쟁적 성격이 너무 강해지다보니 정책이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과도하게 권력 지향적인 정치 구조 탓에 정치가 미래를 밝히는 등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금배지를 내려놓은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민주당이 21대 국회 초반에는 정책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만 지방선거와 대선을 연달아 패배하며 그 이후엔 정책에 주력하기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지난해 12월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다.

홍 의원은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을 통틀어 손꼽히는 경제통이다. 그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해 투자분석부장 등을 맡아 한국경제를 예측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리서치센터장, 미래설계 연구소장을 거쳐 사장까지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인물로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세종시갑에 당선됐다.

홍 의원 앞에는 항상 '여의도의 미래학자'란 타이틀이 붙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고 공급과잉과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방안을 다룬 그의 저서 '수축사회' 베스트셀러다.

그는 "금융권에서 일하며 오랜 기간 예측을 해왔다. 현상을 보고 하는 게 예측인데 바로 그 현상을 바꿔보고자 국회에 들어왔다"고 했다. 홍 의원은 4년 전 입당식에서 "대한민국이 미래사회에 대비하려면 정치권부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고 정치를 통해 사회 구조개혁을 일구는 일에 온 경험을 쏟아붓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홍 의원은 국회에 들어와 정치권이 경제를 바라보는 식견을 넓히는 데 일조했단 평가를 받았다. '경제는 민주당'이란 월례 세미나를 주도해 의원들과 경제 상황·정책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1년간 원내대책회의에서 42회에 달하는 경제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을 통해 169페이지, 350여개의 그래프와 표에 담긴 최신 경제 데이터를 공유했다. 그의 브리핑은 당의 경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됐다. 홍 의원은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답게 홍 의원은 장기적 경제 구조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유심히 들여다본 문제는 알리, 테무, 쉬인, 이른바 '알테쉬'라 불리는 중국 저가 e-커머스 플랫폼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다.

홍 의원은 "한국에서 몇 만원 하는 물건을 알테쉬에서 단돈 1만원 아래에 살 수 있다. 알테쉬가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이는 한국의 내수구조를 바꿀 중요한 문제로 진작부터 규제 마련 등 대비를 해야했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서민경제가 악화되는 와중에 알테쉬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합계가 약 5000조원에 달하는데 대출이자율이 2020년 대비 2~3년 새 2%포인트쯤 올랐다. 이자 비용으로 1년에 100조원을 내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민간소비가 연 1050조원인데 10%에 달하는 금액을 이자로 지출하는 것"이라며 "소비 여력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것을 넘어 '아령형 사회'로 가고 있다고 봤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많고 중산층이 빈약한 구조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해 획기적 지원을 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등 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세원 전체를 들여다보고 증세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세계에 유례 없는 기후위기가 오고 있고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지점인 '싱귤래리티'(특이점)에 다가서고 있는 때 구조 개혁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홍 의원은 22대 국회가 풀어야 할 것도 바로 이 문제라고 했다.

기존 잣대로 풀 수 없는 난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여야 협치가 필수다. 홍 의원은 "22대 국회도 정치 투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며 "소모적 투쟁을 빨리 정리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력구조 개편이나 국토균형발전에 대해 논의하고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골격을 다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골격을 맞추고 나면 사회는 그에 맞춰 재배열된다. 지금 정치권의 가장 책무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22대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풀려면 지나친 자기 확신은 내려놓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의원은 "요즘은 모든 게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 세법은 미국 세법에 연동될 수밖에 없고 미국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정책도 바뀌는 식"이라며 "글로벌 정치·경제·사회구조가 전부 바뀌는 요즘, 자신만의 잣대만 고집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22대 국회가 상식의 틀을 바꿔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 생각했다"면서도 "후진적 정치구조가 갖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고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았다. 제가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유"라고 했다. 정치권 밖에서 제언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서울 광화문 근처에 새로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그는 다시 '미래학자'로 돌아간다. 홍 의원은 "중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내고 제가 의원 활동을 하면서 만들어둔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정책을 실현시키고 싶다"며 "2030년을 대비한 대한민국의 설계도도 그려 이를 책으로 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