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는 최다, 처리율은 최저…'21대 국회' 부끄러운 기록들

[the300] [MT리포트] 22대 국회, 대한민국을 부탁해③

편집자주21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월 총선을 통해 탄생한 22대 국회가 막을 올렸다. 정쟁에 빠져 민생과 개혁에는 손 놓은 지난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통령보다 먼저 나오는 국회. 제 역할을 하는 국회를 위해선 어떤 혁신이 필요할까.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본회의를 마친 의원들이 산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5.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21대 국회는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재표결→법안 폐기'의 굴레를 반복하며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다. 법안 발의 수가 역대 최다로 어느 국회보다도 활발하게 입법 활동을 수행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35%로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시작부터 삐걱…'헌정사 최초'의 명암


29일로 임기를 마친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총선 압승으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원 구성을 시도하면서 피 말리는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불참한 가운데 12개 상임위원회 중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1개의 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선출했다. 여당이 단독 선출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건 1987년 12대 국회 후반기 이후 33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시작부터 유별났던 21대 국회는 유독 '헌정사 최초'의 기록을 많이 썼다.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하거나 시각 장애 국회의원의 안내견이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대다수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었다. 특히 2022년 3월 대선에서 역대 최소 표 차로 집권당이 바뀐 뒤로 국회의 입법권과 정부의 행정권이 충돌하며 암흑기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잼버리 논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을 문제 삼아 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게 대표적이다.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불거졌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첫 국무위원이 됐다(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 기각). 또 야당은 사상 처음으로 판사·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전면 불참하고,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일 역시 21대 국회가 처음 쓴 기록이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도 일상화했다.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총 14개의 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따라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을 사용한 노태우 대통령의 7건의 두 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을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였다.

여야 간 지난한 정쟁 속에서 이른바 '창조적 꼼수'도 판을 쳤다. 대표적인 게 안건조정위원회 '알박기'다. 충분한 대화와 합의를 통해 법안을 처리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안건조정위는 쟁점 법안을 최장 90일 동안 심사하는 기구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의 여야 조정위원 6명(각각 3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안건 처리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꼼수·위장 탈당을 자행했다. 자당 소속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 의원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넣는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이 과정을 거쳐 처리됐다.

소수당의 방패로 통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 진행 방해)도 다수당에 의해 숱하게 저지됐다. 일명 '살라미 전술'이라는 회기 쪼개기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는데 다수당이 자당 출신 국회의장의 협조를 얻어 임시 회기를 단축해버리는 방법이다. 2019~2020년 준연동형 비례제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이 처리될 때 이 방법이 사용됐다.



법안발의 최다, 처리율은 최저…"이슈 터지면 무더기로 법안 쏟아져"


21대 국회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역사상 가장 성과가 많았던 국회였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총 2만5857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직전 국회 법안 발의 수(2만4141건)보다 1716건 많다. 법안 처리 수(가결·대안반영·수정안반영)도 직전 대비 287건 많은 9086건을 기록했다. 어느 국회보다도 활발하게 입법 활동을 수행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안의 원안 가결률이 15.6%로 과거에 대비 낮은 점을 두고도 국회가 입법기관의 기능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정부안이 수정 혹은 대안 반영된 비율이 높았다는 것인데, 국회가 대안을 제시하고 대화와 타협에 따른 운영을 적절히 수행했다는 뜻이란 설명이다. 과거 국회의 원안 가결률은 20대 18.2%, 19대, 16%, 18대 28.6% 등이었다.

그러나 법안처리율은 35.1%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20대의 36.4%보다 1.4%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21대 국회에서 총 392건의 법안이 회기 중 부결되거나 폐기됐고, 계류 상태인 1만6379건이 자동 폐기된다. 10년 넘게 국회에서 활동 중인 한 보좌관은 "법안 발의 건수를 두고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일종의 보여주기식 발의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 보좌관은 "사건이나 이슈가 터지면 같은 내용의 법안이 무더기로 쏟아진다"며 "법안 발의를 많이 한 의원이 일을 열심히 하는 의원인지, 법률 제정·개정을 많이 하는 국회가 과연 일을 잘하는 국회인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진통 끝에 유종의 미를 거둬 관심을 받은 사례도 일부 있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영수회담을 통해 협치의 물꼬가 트이면서 극적 합의를 이뤘다.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개 식용 금지법 등도 여야 합의 처리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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