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尹탄핵' 거론 역효과?…여당 '채상병 특검법' 표단속 '선방'

[the300]여당 내 추가 이탈 없었다…野 "與, 국민 의지 꺾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병대원들과 군사망사건 유가족들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이 부결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잇다. 2024.5.28/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국민의힘이 이탈표 단속에 성공했다. 오히려 찬성표가 범야권 의석수를 밑도는 이변이 발생했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21대 국회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밀어붙인 특검법은 결국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졌다. 이날 무기명 투표에는 21대 국회 재적 의원 296명 가운데 무소속 윤관석·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을 제외한 294명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 가결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다시 통과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가결에 필요한 196표에 미치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 부결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당초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 등 5명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가운데,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표결에서 추가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당 지도부는 부결을 장담했으나 일각에선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이탈표가 두 자릿수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국민의힘은 표 단속에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다. 무기명 투표라 누가 찬성, 반대표를 던졌는지 명확히 가릴 수는 없지만 국민의힘에서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5명을 제외한 대다수가 반대에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 이탈표가 없단 해석이다.

표결에 참석한 범여권 의원은 총 115명이었다. 국민의힘 113명, 황보승희 자유통일당 의원, 하영제 무소속 의원 등이다. 국민의힘에서 당초 특검법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의원은 5명이다.

이들 5명을 제외한 나머지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과 황보 의원, 하 의원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반대표는 총 110표가 나와야 하지만 이날 실제 반대표는 111표 나왔다. 이 경우 야권에서 오히려 이탈표가 1표 나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무효표 4표까지 이탈표라고 가정하면 야권 이탈표는 5표가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5명 중에 마음을 바꾼 의원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야당의 이탈표는 더 줄어들게 된다. 다만 안철수, 최재형, 김근태, 김웅 의원은 표결 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강조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채해병 특검법 부결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5.28. /사진=뉴시스 /사진=권창회
여당에선 안도의 반응이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법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구체적인 평가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 의원들이 당론으로 정했던 사안에대해 어긋남 없이 단일대오에 함께 해주셨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여당 낙천·낙선·불출마자들이 공공기관장 인사 등을 노려 이탈을 자제했단 평가를 내놓지만 당내 분위기는 다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사필귀정이다. 공수처 수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법안 자체가 억지였다. 시기 역시 21대 국회 막바지 무리한 시도였다"고 했다.

야권에서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위기감에 결집을 택했단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은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공동운명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 6당 '채해병 특검법’ 재투표 부결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5.28. /사진=뉴시스
야권에선 여당이 국민이 아닌 권력을 택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의 간절한 의지를 꺾어버렸는데 참으로 옳지 않은 처신"이라고 했다. 이날 투표에 참석하지 않은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표결 결과가) 상상하지 못했던 숫자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끝내 용기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에서 만약 이탈표가 10표가량 나왔으면 굉장히 얘기가 복잡해질 수 있었는데 대통령실에선 한숨 돌리게 된 상황"이라며 "오히려 이번 표결로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타격을 입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야당에서 탄핵을 너무 쉽게 얘기하고 공세를 펴니까 거부감, 위기감을 유발해 여당이 단결한 게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전반적으로 양쪽 다 크게 이탈표는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야권에서 최대 5표 이탈표가 나왔어도 그게 다 민주당인지 알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정권의 레임덕을 막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결론적으로 국회가 끝까지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길을 선택했다. 22대 국회에 숙제를 떠넘겼다"고 평가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