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헌법정신 내세워 '채상병 특검' 거부…"안하면 직무유기"

[the300](종합)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05.21.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별검사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법안이 특검제도는 물론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을 수호해야할 대통령으로서 어쩔 수 없이 거부한다는 이유다. 죄없는 청년이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기에 국민 여론의 휘발성이 높은 가운데 특검이 곧 진실규명이라고 압박하는 야권과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안이 오히려 수사 공정성을 해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선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대통령은 순직해병특검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재의요구 안건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이 밝힌 거부 사유는 세 가지다. 먼저 정 실장은 "첫째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삼권분립 원칙의 훼손을 꼽았다. 정 실장은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특검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서 입법부의 의사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소추 권한을 부여하는데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25년간 13번 특검법을 처리했는데 모두 여야 합의에 따라 실시됐다는 설명이다. 정 실장은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문제가아니라 우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라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이번 특검법안은 이처럼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본적으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 아니라는 걸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해서 넘어온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내용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대통령이) 수용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정진석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 재의요구권 의결 등 현안 브리핑 하고 있다. 2024.05.21.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이런 맥락에서 헌법 체계를 흔드는 법안을 막는 건 대통령의 '의무'라고 판단했다. 정 실장은 "우리 헌법 제66조 2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는 대통령으로서 행정부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의 요구를 '권리'가 아니라 여소야대 대통령의 저항 수단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오히려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라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대통령의 의무이기 때문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이라 설명드릴 수 있다"고 했다.

특검 법안의 내용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 실장은 "둘째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별검사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다.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공수처를 지금 와서 못 믿겠다면서 특검을 주장하는 건 자기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정 실장은 "셋째 이번 특검법안은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대한변협 회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그 중 2명을 고르고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무조건 특검으로 임명토록 했다.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결과가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사법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다"고 했다.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6번째이자, 법안으로는 10번째 거부권 행사이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이밖에 실시간 언론 브리핑 실시 등도 문제 삼았다. 정 실장은 "피의사실과 수사과정을 구별해 브리핑 하도록 하지만 피의사실과 수사과정의 엄밀한 구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조항은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공표를 이 사건에 한해 허용하고 아예 제도화하는 잘못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인권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인권침해를 법으로 강제하는 독소조항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답변도 다시 한번 거론됐다. 정 실장은 "대통령은 이미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거나 납득이 안될 경우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며 "정부는 채상병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의 요구된 법안의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요건이다. 재의결되면 그 즉시 법률로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제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에서 17명 이상 이탈자가 나오지 않는 한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제22대 국회에서는 8표의 이탈표만 나와도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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