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보다 민희진" 외치는 90년대생...그들이 꽂힌 것은 '이것'

[the300 소통관] 90년대생 분석한 'K를 생각한다' 임명묵 작가 인터뷰

임명묵 작가가 지난 7일 서울 관악구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차현아 기자.

올해 4.10 총선은 유난히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진 선거로 평가된다. 지난 대선 당시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잡겠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며 청년 표심을 호소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청년들은 정치 이슈에 큰 관심이 없고 어떤 정책을 내놔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90년대생은 이번 총선, 그리고 정치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K를 생각한다'(부제: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저자 임명묵 작가를 만나 이번 총선과 한국 정치에 대한 90년대생의 생각을 들어봤다.

1994년생으로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서 서아시아 지역학을 전공한 뒤 동 대학원에 진학한 임 작가는 'K를 생각한다' 외에도 다수의 저작과 칼럼 등을 통해 90년대생의 심리와 사고방식을 날카롭게 분석해왔다.


"90년대생에게 공정이란 이미 지나간 이슈…단일한 세대로 뭉쳐지지 않아"


정치권은 왜 이번 총선에서 청년을 외면했을까. 임 작가는 청년, 특히 90년대생이 '청년'이라는 단일한 단어로는 한꺼번에 뭉쳐지지 않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같은 90년대생이라도 남성은 다소 보수적, 여성은 반대로 다소 진보적 성향을 띠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이대남(20대 남성)'의 대표 주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결별한 탓에 90년대 남성 표심을 적극 공략할수도, 소극적이나마 진보 성향을 띠는 90년대 여성 표심을 노릴 수도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굳이 청년론을 내세우지 않아도 90년대 여성의 지지 일부는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90년대생들은 정말 알려진대로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를 미워했을까. '조국 열풍'을 바라보며 정치권에선 90년대생이 특히 공정에 민감하기 때문에 조 대표에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임 작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90년대생들에게 지금 '공정'이라는 키워드, '조국 사태'라는 이슈는 이미 지나간 얘기"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등 국가가 직접 개입해 자원을 배분하는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해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반대하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었을 뿐 '공정'이라는 문제가 지금도 90년대생이라는 한 세대를 아우르는 서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90년대생에게는 세대를 아우르는 단일한 서사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90년대생이 살아온 환경 때문이다. 임 작가는 90년대생에 대해 '인격적 완성을 이루기 전인 청소년기부터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에 노출된 최초의 세대'라고 규정한다.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파편화된 세계와 만나왔고 지금도 각자의 스마트폰 속 '필터버블'(Filter Bubble, 개인 성향에 맞춘 필터링된 정보만 제공해 이용자를 일종의 정보의 버블 안에 가두는 현상) 속에 살고 있다. TV에서 동시간대에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같은 문화를 공유해온 윗세대들과 달리 90년대생은 그들끼리도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듯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90년대생, 기존 정치 프레임에는 무관심…'젠더갈등'은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임명묵 작가가 지난 7일 서울 관악구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차현아 기자.
90년대생과는 달리 같은 세대 간 유사한 사회적 서사를 공유하는 4050세대가 조 대표에 열렬히 반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임 작가는 "수도권 중산층의 주축을 이루는 4050세대는 조국 대표와 같은 (정권에 저항한)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정서적 편안함과 공감대를 느낄 것이고, 조 대표의 '검찰개혁'이라는 구호 역시 (자신들이 경험한) 운동권의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당장 자신이 가진 아파트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문제가 아니므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 작가는 90년대생도 조국혁신당을 싫어한다고 보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4.10 총선 당일 방송3사 출구조사의 비례대표 정당득표율 결과를 살펴보면 2030세대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20% 안팎이었다"며 "4050세대에 비해 지지율이 낮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 세대가 지지를 안 한다고도 볼 수 없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90년대생은 윗세대와 달리 정치권이 만든 큰 정치 구도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롭게 판단하며, 조국 사태는 이미 잊어버렸거나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이들도 많다. 조 대표는 정치권에 새로 등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작동했을 것"이라며 "이들 세대에서도 조국혁신당은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임 작가는 90년대생이 능력주의적 성향을 가졌다는 데에는 일견 동의했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려왔으면서도 취업과 결혼 등 다른 형태의 인생 과업을 경험해야 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계속 시험을 치르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청년기의 삶이 연장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능력주의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입시 한 번에 모든 인생의 경로를 결정지어버리는 현 교육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고 임 작가는 설명했다.

2027년 3월 치러질 차기 대선 등에서 90년대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이슈는 무엇일까. 임 작가는 현재 90년대생에게 가장 큰 사회 문제는 '젠더갈등'이라고 봤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각자의 필터버블 속에서 싸워오면서 양쪽 모두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 갈등 구도를 깨고 새로운 제3의 의제를 던져줄 수 있는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90년대생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족주의와 반중 감정이 강한 90년대생에게는 대중외교 정책 역시 표심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 작가는 "무엇보다 90년대생에게는 각자의 일상 생활, 삶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이들에게는 민희진과 하이브의 갈등이 부동산 정책보다 더 중요한 이유"라며 "어차피 아파트는 90년대생이 가질 수 없는 것이지만 민희진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과 해석은 자신의 삶과 정체성과 연결돼있는 문제다. 이처럼 90년대생은 자신의 정체성과 연동된 문제에는 적극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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