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윤 대통령, 73분 최장 회견…김 여사 의혹 덤덤히 "사과"

[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05.09.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질의응답만 73분 동안 진행됐다. 취임 후 최장 시간이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약 34분에 그쳤는데, 이번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사회자가 시간이 다 됐다고 하자 "한두 분만 더 하자"며 추가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중간 중간 민감한 질문에 다소 표정이 굳어지거나 어색한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대체로 막힘 없이 진솔하게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앞 약 21분간 모두발언을 했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민생의 어려움이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는 인사말로 시작해 지난 2년간의 성과와 남은 3년간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총선 참패 이후 열리는 회견은 만큼 "국민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데는 저희의 힘과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 "민생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 드리지 못했고 정책의 속도도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반성의 자세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마친 직후 청사내 브리핑룸으로 이동했다. 노트북 없이 브리핑룸에 모인 대통령실 내외신 출입기자 150여명은 윤 대통령이 입장하자 모두 기립해 예를 갖췄다. 좌중에서 박수도 나왔다. 회견장엔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정무와 민정, 경제, 사회, 과학기술, 홍보수석, 안보실 1,2,3차장 등 주요 참모진이 배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4.05.09. /사진=뉴시스
짙은 남색 정장 차림에 붉은 넥타이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자주 만나니까 좋죠. 오늘 질문 많이 준비하셨나. 오랜 만에 하는 거니 질문을 충분히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손을 들면 사회자인 김수경 대변인이 한 명씩 지목하는 식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초반부 정치 분야에선 민감한 현안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의 원인과 변화의 방향'을 묻는 첫 질문에 "그동안 제가 국정 운영을 해온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좀 많이 부족했다, 이런 것(평가)이 담겼다"며 "그동안 제가 미흡했던 부분들을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이 뭐였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생에 있어서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고 재차 밝혔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별검사(특검)법과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엔 덤덤한 표정으로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의혹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2월 KBS 특별대담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최초 입장을 밝힌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특검에 대해선 "제도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공세, 정치행위"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05.09.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어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와 대통령실 외압 의혹 등 민감한 질문이 나오자 "답변이 좀 길 수밖에 없게 질문을 하시네"라며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에 순직한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당국이 수사 결과를 설명할 건데, 그걸 보고 국민들께서 '이건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 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며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만날지 묻는 질문엔 "(협치가)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갈등설이 불거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질문에도 거침 없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바로 풀었다"며 "(한 전 위원장은)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5.09. /사진=뉴시스 /사진=조수정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서도 "언제든 만날 것이다. 선거 이후 많이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부담을 안 주고 기다리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밝혔다.

25분 넘게 정치현안 질문이 이어지자 김 대변인이 끊고 외교안보 분야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외신 기자로부터 미국과의 차기 방위비 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 많이 하셨다"고 웃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 이후 질의응답은 경제 분야, 사회 분야 순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경제·사회 분야에서 여유를 찾았다. 물가를 잡는 데 역량을 총결집하고 연금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특히 저출생 문제에 대해선 "거의 국가 비상사태"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기획원을 세워 경제성장을 이끌었듯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견이 예정된 60분을 넘기자 김 대변인이 정리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은 "한두 분만 더 하시죠"라며 이어갔다. 결국 윤 대통령은 73분간 외신 4개를 포함해 총 20개 매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여러분들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서 여러분들을 뵙겠다"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브리핑룸을 한바퀴 돌면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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