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벌써 짐 싼 의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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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4.2.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1. 얼마 전 일이었다. 국회 의원회관 복도를 걷다가 A의원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 청소노동자분께서 일명 '껌칼'(스크래퍼)를 들고 A의원실 출입문에 붙은 이물질을 떼어내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짐 다 뺐다고 해서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A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 패하면서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2."해외로밍 중인 전화 받는 분에게 국제전화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최근 B의원에게 전화를 걸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메시지였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알고보니 한 달여 전 당에서 공천받지 못하게 되자 곧바로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보좌관은 B의원의 이야기를 듣더니 "낙천이나 낙선되고 해외여행가는 영감님들이야 많지"라며 머쓱해 했다.

22대 국회 입성이 무산된 일부 의원들이 마치 임기가 끝나기라도 한 듯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과 국회 상황이 벌써부터 남 일인 듯 말하는 이들도 보인다. 낙천·낙선한 의원실의 보좌진들은 당선인 측을 접촉하며 새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까지 한 달이 넘게 남은 현시점의 국회 풍경이다. 21대 국회는 오는 5월말 22대 국회에 바통을 넘긴다.

그 사이 민심의 요구가 담긴 법안들은 휴지통 앞 신세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총 2만5796건 가운데 처리(가결·부결·대안 반영·폐기·철회 등)된 법안은 9452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35%에 불과하다. 정부가 규제 개혁을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회에 제출한 223건의 규제혁신 법안 가운데 98개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지난 16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 임기 내에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성과를 거두자며 3대 정치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는 일을 막고, 상시 개헌논의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내용 등이 담겼다. 김 의장은 "21대 국회에서 마지막 정치적 성과를 보이기 위한 핵심 입법 과제"라며 여야에 협조를 촉구했지만 아직 어느 쪽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임기가 끝날 때까진 최선을 다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오문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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