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 김준혁, 과거 발언에 "미안한 마음"...수원 표심은?

[the300] [2024 빅매치 르포]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①

경기 수원시 아주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시정 후보 /사진=김도현 기자

"말 한마디 한마디 더욱 신중하겠습니다. 제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 없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시정 후보는 지난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 인근에서 거리유세 중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최근 김 후보는 과거 유튜브 등에서 한 발언들이 문제가 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군정 시기 모 여대 총장이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상납시켰다는 내용 등이었다.

전날 김 후보는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의 권고에 따라 전날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남겼다. 사과 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선 김 후보는 "저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주변의 원색적인 비난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과거 교수로서 했던 말이지만 지금의 평가는 정치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며 앞으로 더욱 언사에 조심하겠다"고 했다.

인구 120만명인 수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거구가 5개로 분구됐다. 수원 내에서도 김 후보가 출마한 수원정은 30·40대 직장인 가구 비율이 높아 진보세가 가장 강한 곳으로 손꼽혔으나, 광교신도시 개발로 고가 아파트 단지 입주가 본격화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강화의 여파로 최근 보수세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 간 격차가 166표에 불과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초접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준혁 후보가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선 상태다. 이수정 후보가 이른바 '대파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당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9%p 가까이 차이 나기도 했으나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이 알려지며 최근 2%p까지 좁혀졌다.

수원 화성을 축조해 수원의 사랑을 받는 정조대왕을 연구한 역사학자(김준혁 후보)와 유명 범죄심리학자(이수정 후보)의 대결로 주목받은 수원정은 두 후보가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서며 유권자마저 피로감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는 동네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최대한 많은 주민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비가 내린 이날도 선거운동원 한 명만 대동한 채 우산을 쓰고 주택가부터 대학가까지 누볐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서 상인과 대화를 나누는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시정 후보 /사진=김도현 기자

김 후보는 "수원에서 초중고(파장초·수성중·수성고)를 나오고 오래 살아온 토박이"라며 "수원 지역에 출마한 모든 후보 가운데 작은 골목길까지 구석구석 저만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자부했다. 대부분 일정을 걸어서 소화한다는 김 후보는 이날 기자와 동행하는 동안 문이 열린 모든 상점에 들어가 본인을 소개하고 지지를 부탁하길 반복했다.

김 후보는 "(본인과 관련한) 많은 보도가 나오다 보니 논란과 관련한 질문들도 많이 받는다"며 "다니면서 질책도 많이 받지만 앞으로 더 잘하라며 다독여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또 "이를 통해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안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며 "현재 수원정 지역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교통환경 개선과 구축 단지 중심으로 재건축 요구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김 후보는 한 세탁소를 방문했을 때 재건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상세히 답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차량기지 건립을 전제로 한 3호선 수원·성남·용인 연장선 추진과 인동선(동탄인덕원선) 조기 착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시민 참여형 재건축 사업'을 통해 신·구도시 주택가 간 개발 격차를 좁히겠다는 구상을 선보인 상태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내놓은 생활밀착형 공약보다 투표율이 이번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통상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정당이, 낮을수록 보수정당이 유리하다고 본다. 김준혁·이수정 후보 두 명만 출사표를 낸 수원정에서는 두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며 이번 투표를 보이콧하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주대에 재학 중이며 수원정 유권자라고 밝힌 한 20대 여성은 "이수정 후보에 실망한 뒤 김준혁 후보의 논란을 접하자 누구를 찍어야 할지 결론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매탄동 지역 주민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 단체대화방에서는 "크게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후보가 당선되면 (나중에) 더한 사람도 공천할 수 있는 동네가 돼버린다"며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지 모르겠단 의견이 다수라고 전해진다.

◇경기 수원정은?


경기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약 120만명)를 자랑한다. 2000년 총선까지 보수 텃밭으로 불렸으나 이후 보수·진보 정당이 치열한 접전 끝에 의석을 나눠 갖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부터 두 차례 총선에선 민주당이 5개 선거구를 석권했다.

수원정은 현재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38.7세로 젊은 편이라 수원 내에서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광교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고가 아파트 단지가 급증하면서 보수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거둔 수원 내 유일한 선거구다.

국민의힘은 영입인재 1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천했다. 민주당에선 역사학자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이곳에서 3선을 지낸 박광온 의원을 경선에서 제치고 후보가 됐다. 양당의 정치 기대주인 교수 간 대결로 주목받았던 수원정은 선거전 막판 후보들의 각종 발언 논란이 주목받으며 승패을 예상하기 어려운 '안갯속 선거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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