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조용한 공천 비판은 '억까'"…'불복·탈당' 없는 여당, 왜?

[the300]"유례 없는 조용한 공천, 중진들·승복한 후보들의 공"…4년 전과 대조돼

[원주=뉴시스] 추상철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강원 원주시 자유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2.26. photo@newsis.com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조용한 공천'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억까(억지로 까기)'라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이같은 우려가 처음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주엔 침묵했으나, 이젠 직접 반박할 만큼 자신감을 얻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용한 공천은 역대 유례가 잘 없다. 그만큼 어렵단 뜻"이라며 "우리의 공이 아니고 감동적인 희생과 헌신을 해주신 우리 중진들, 또 승복해주신 후보님들의 공"이라고 밝혔다. 실제 4년 전 미래통합당과 비교했을 때 한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세 가지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천 불복',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오만'이다.

26일 여권에 따르면 전체 253개 지역구에서 50% 이상 공천을 확정지은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결정한 경우는 아직 없다. 공천 과정에서 개혁신당 등 제3지대로 이동한 경우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진과 유력 인사들의 지역구 재배치도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다. PK(부산·경남) 5선 서병수, 3선 김태호·조해진 의원이 각각 지금의 지역구를 버리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부산 북강서갑, 경남 양산을, 경남 김해을로 이동했다.

이같은 희생엔 중진뿐 아니라 전직 장관·참모들도 가세했다. 당초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서울 서대문을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은 경기 용인갑으로 각각 옮겼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2.26/사진=뉴스1
4년 전 미래통합당이 당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험지 출마를 요구했으나 잡음이 이어진 것과 상반된다. 당시 통합당 공관위는 홍 전 대표에게 수도권 출마를, 김 전 지사에겐 수도권 출마 또는 경남 창원·성산 탈환을 요구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양산을에 공천 신청했다 컷오프되자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했고, 김 전 지사는 컷오프 후 경남 거창·함양·산청·합천에 무소속 출마했다.

지역구 재배치가 '조용히' 이뤄질 수 있었던 데엔 후보들의 희생과 더불어 공관위의 노련함, 한 위원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부산·경남에 있는 의원들을 무조건 서울 차출했으면 맨땅에 헤딩하란 얘긴데, 광역단체장이나 3선급을 같은 권역 내에서 이동시키면서 살아남을 경우 지역 좌장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영리하게 잘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천 중반부부터 현역 의원들의 조용한 불출마, 퇴진도 줄을 잇고 있다. 초선 윤두현(경북 경산), 최춘식(경기 포천·가평)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4선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경선을 포기했고, 박대수(비례) 의원은 서울 강서을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민주당이 현역 평가 하위 10%·20% 개별 통보로 몸살을 앓는 반면 국민의힘은 컷오프 대상인 현역 하위 10% 명단 전달을 최대한 미루면서 자발적이고 명예로운 퇴진을 유도하고 있단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2.26. /사진=뉴시스
공천 부적격 판정에 반발하며 당과 대립하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공관위의 판정에 승복하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공천 신청을 철회한 것도 의미 있단 평가다.

한 위원장은 "선민후사 마음으로 헌신하시는 것에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의힘의 정치는 무엇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라며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조용한 공천 유도엔 '여당 프리미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낙천 또는 불출마한 경우에도 공공기관장 임명 등 인사적 배려를 바랄 수 있단 점에서다. 다만 여당이라고 늘 일사분란한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당이 향후 다른 역할을 할 공간을 주기 쉽다 해도 이재명 대표처럼 '0점 받은 의원도 있다'며 웃으면 절대 조용히 물러나지 않는다. 조용한 공천이 될 수가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과 당 지지율 상승세에도 방심하지 말고 말조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또한 4년 전 당의 패인을 의식한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전날 당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아직 국민들의 사랑과 선택을 받기에 많이 부족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당직자나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총선 예상 의석수를 과장되게 말하는 등 근거 없는 전망을 삼가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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